[ET시론] 첨단산업 인재양성 시스템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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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섭 고용노동부 차관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의 중요성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디지털 신기술 혁신으로 차세대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탓이다.

반도체뿐 아니라, 로봇, 이차전지, 3차원(3D) 프린팅 등 인접한 산업 분야에서도 지속적인 기술혁신이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에 적응하고 활용할 수 있는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기업과 국가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시대가 됐다. 그러나 기술이 다양화·세분화 되고 빠르게 변화하면서 산업현장에서는 기술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사람은 있어도 '쓸만한 사람은 없다'는 기술 미스매치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산업화 시대, 인재를 자산으로 선진국으로 도약한 대한민국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맞춤형 인력양성이라는 새로운 숙제를 앞에 두고 있다.

이에 정부는 '반도체 등 첨단산업 인력양성'을 범부처 협업과제로 삼고 해결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관계부처와 전문가로 특별반을 구성·운영하고 있다. 특히, 그간 다양한 정부 대책에도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있는 신산업 분야 인력난 특징을 정확히 진단하고 이에 맞는 근본적 해법을 찾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다.

첨단산업 분야는 기술의 주기가 짧고, 융합을 통한 전후방 연쇄효과가 크기 때문에 적기에 대규모 물적·인적 투자를 집중해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핵심적인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반도체 분야에서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시설투자와 함께,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핵심 인력 확보에 전방위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질적 측면에서 기술의 미스매치도 제기된다. 기업에서는 실제 생산 현장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채용 후 바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인재를 원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미세한 제품 불량에 민감하고, 기술·공정의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첨단산업 분야에서 더 강하게 나타난다. 얼마 전 만나본 700인 규모 중견 반도체 장비 기업에 따르면, 채용공고를 내도 지원하는 이들이 없어 인력을 채용하는 것 자체도 어렵지만, 신규로 들어온 인력이 제대로 능력을 발휘하기까지 6개월에서 1년이 추가로 걸린다고 한다. 현장 인력의 이직이 잦은 중소·중견 기업에서는 이 기간을 단축하는 것이 실질적인 인력난 해소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첨단산업 현장 수요에 적합한 기술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첨단 분야의 기술격차를 좁히고, 시장을 선도하는 핵심인재를 길러내고, 잠재적인 신기술 인력의 저변을 확대하는 등 근본적이고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 부분은 정규 교육과정을 중심으로 혁신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1~2년 내 당장 기업 현장에서 필요한 인력들을 양성하기 위한 조치가 병행돼야 한다.

고용노동부에서는 현장형 실무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다양한 직업훈련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우선, 한국폴리텍은 전국 40개 캠퍼스에서 기간 산업 인력을 양성해온 공공훈련기관으로, 최근 산업수요 변화에 따라 신산업·신기술 분야로 학과를 개편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바이오산업에 대해서는 특화캠퍼스에 실제 생산현장을 재현한 시설·장비를 갖추고, 실무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내고 있다. 비전공자를 대상으로 하는 하이테크과정은 10개월간 1200시간 과정으로 4년간 약 830시간의 전공을 학습하는 대학 학위과정에 비해 단기간 집중적인 인력양성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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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기업이나 산업별 협회 등이 직접 운영하는 공동훈련센터에서 현장과 유사한 환경의 훈련시설·장비와 프로그램을 통해 자체적으로는 인력양성이 어려운 중소·중견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반도체 분야의 경우 반도체 공급망이 밀집한 판교-천안-청주-이천을 잇는 'K-반도체벨트'를 중심으로 15개 공동훈련센터에서 채용예정자와 재직자들을 위한 훈련이 이뤄지고 있다. 바이오산업에서도 의약 분야 수요가 많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공동훈련센터를 구축해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그 밖에도 선도기업과 혁신 훈련기관의 새로운 훈련방식으로 미래형 실무인재를 양성하는 K-디지털 트레이닝을 통해 많은 청년들이 신산업 분야로 진출하고 있다. 반도체 선도기업인 SK하이닉스가 고용부와 협업을 통해 비전공자들도 관련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반도체 공정 등 현장 프로젝트 중심의 훈련과정을 편성, 올해 8월부터 운영할 예정이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을 통해 배출된 인재들은 기업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지만, 아직 보완해야 할 과제들도 많다.

반도체·바이오 같은 신산업 분야의 경우 고가 훈련시설과 장비를 갖춰야 하고, 기본적으로 이를 운영하고 유지하는 데에도 다른 분야에 비해 많은 비용이 투입된다. 그러나 현재 직업훈련 지원체계는 이러한 산업별 특수성이 고려되지 않아 모든 분야에 동일한 지원기준을 적용하고 있어 기술변화에 맞춰 시설·장비를 교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아울러 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함에 있어 복잡한 행정절차와 사전 규제가 있어 기업 수요에 맞게 탄력적으로 운영하기 어렵고 혁신적 훈련기법이 도입되기도 쉽지 않다.

정부는 신산업·신기술 분야에 필요한 인재를 적기에 양성할 수 있도록 투자를 확대하는 동시에 전통 산업사회의 틀로 짜여진 훈련체계를 전면 혁신해 나가고자 한다. 산업별 특수성을 고려해 유연하게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개편하고 민간의 창의적 아이디어가 자유롭게 구현될 수 있도록 규제 혁신도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반도체 등 첨단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고, 미래 세대가 성장하는 신산업 분야에서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해나가겠다.

<필자 소개>

권기섭 고용노동부 차관은 고용부의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고용노동행정 분야 전문가다. 권 차관은 경북 예천 출신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1992년 행정고시(36회)에 합격했다. 노동부 외국인력정책과장, 기획재정담당관, 장관 비서관, 고용정책총괄과장, 고용서비스정책관, 직업능력정책국장 등을 역임했다. 2017년에는 대통령 일자리수석실 산하 고용노동비서관실에서 선임행정관으로 일했다. 노동부로 돌아와 근로감독정책단장, 고용정책실장, 노동정책실장을 지냈다. 작년 7월 초대 고용부 산업안전보건본부 본부장에 임명, 올해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사건 수사를 총지휘했다.

권기섭 고용노동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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