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우리나라는 우주 발사체 완전 독자 기술 확보라는 기념비적 성과를 거뒀다. 햇수로 따지면 지난 2010년 3월 누리호 개발 착수 12년 3개월 만이지만 이 같은 누리호 완성 자양분의 역사는 30여년에 달한다.
우리나라가 우주 발사체 완전 독자 기술 확보를 꿈꾸기 시작한 것은 1987년이다. 현재 한국천문연구원의 전신인 천문우주과학연구소가 당시 시행한 발사체 개발 관련 기초 연구가 국가 차원 개발 서막이었다.
이후 1989년 10월 항공우주산업개발촉진법 제정에 따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설립과 함께 이듬해인 1990년 한국형 과학관측 로켓(KSR) 개발이 시작되면서 우주 발사체 독자 기술 확보 행보가 본격화됐다.
KSR은 개발 착수 3년 만인 1993년 두 차례 발사에 나섰다. 당시 1단형 고체 엔진을 장착한 KSR-Ⅰ은 고도 39㎞, 낙하거리 77㎞ 비행에 성공했다.
KSR-Ⅰ 성공에 이어 1997년에는 추력이 두 배로 늘어난 중형과학로켓(KSR-Ⅱ)을 발사, 1998년까지 진행된 두 차례 발사 끝에 목표했던 실험 관측까지 성공했다. 2002년에 이르러선 KSR-Ⅲ를 통해 국내기술로 도달 고도 42.7㎞, 비행거리 79.5㎞를 기록하는 액체 추진 로켓 발사를 완료했다. KSR는 발사체 모두 우주 궤도까지 미치지 못한 채 기상 관측 등 임무만을 수행했지만 액체 추진기관 설계 및 제작, 엔진 시험, 유도제어, 자세제어 등 국내 기술력을 확보하는 밑거름이 됐다고 평가받는다.
연이은 KSR 발사 성공은 곧바로 우리나라 최초 우주 발사체 '나로호(KSLV-Ⅰ)' 개발로 이어졌다. 2002~2013년 100㎏급 소형 인공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투입하는 게 목표였다. 그러나 이때까지는 순수 국내기술을 통한 개발에 한계가 있었던 탓에 러시아와 국제협력 방식으로 개발이 추진됐다.
나로호는 2009년 8월 1차 발사에 나섰지만 이륙 216초 후 페어링 한쪽 미분리로 실패했다. 이듬해 6월 2차 발사에서는 이륙 후 137초께 폭발했다. 2013년 1월 100㎏ 소형 과학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올리면서 3차 발사에 이르러 성공하게 된다.
반면 발사 성공에도 불구하고 나로호 발사체 핵심인 1단 로켓 설계 및 개발을 러시아가 담당했다는 이유로 완전한 우리나라 첫 우주 발사체로 볼 수 없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그러나 나로호 사업을 통해 국내 연구진은 30톤 액체 엔진 및 추진제 탱크 선행 연구를 함께 진행, 결과적으로 발사에 성공한 누리호의 75톤 엔진 개발 바탕이 됐다.
고흥=이인희기자 leei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