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로 '스캠 영상' 박제… “범죄 증거 팝니다”

'유로핀 패스토큰 홍보 영상' 발행
"대부분 영상 삭제…희소성 높다"
원작자 협의 등 저작권 침해 소지
"영상보존 의미…목적 달성 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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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캠' 논란이 있는 가상자산 프로젝트 홍보 영상이 대체불가토큰(NFT)으로 발행돼 눈길을 끌고 있다. 프로젝트 피해자 가운데 일부가 범죄사실 증거를 영구 박제하겠다며 사업설명회 홍보에 사용된 영상을 확보, 이를 민팅(발행)한 것이다. 스캠은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투자자를 현혹해서 투자금을 유치한 뒤 파산하거나 잠적하는 행위를 말한다.

글로벌 NFT 거래 플랫폼 오픈씨에 '다단계 패스토큰 공식영상' NFT 100개가 발행돼 각각 0.002폴리곤(MATIC, 약 2.37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약 6분 30초로 제작된 이 영상은 패스토큰 판매 조직인 '유로핀'이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화번호로 코인을 전송할 수 있다는 '토큰패스' 플랫폼의 주요 내용과 관여한 인물 설명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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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은 해당 코인이 페이코, 머니트리 등 시중에 잘 알려진 플랫폼에서 사용할 수 있다며 사실과 다른 내용을 전달하고 있다. 이처럼 거짓된 내용을 토대로 신규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한 설명회 등에서 상영된 자료로 추정된다.

해당 NFT 발행자는 “이는 한국 다단계 사기코인 패스토큰의 공식 홍보영상”이라면서 “허위 경력과 다단계 수당 구조가 설명된 홍보영상으로, 경찰에 증거로 제출됐다”고 설명했다. 이 발행자는 “증거인멸로 대부분 영상이 삭제돼 희소성이 아주 높다”면서 “다단계 패스토큰의 공식 영상을 영원히 소유하세요”라고 덧붙였다.

패스토큰은 1세대 화이트해커로 알려진 유명 개발자가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을 주요 홍보 포인트로 삼아 세력을 키운 가상자산이다. 그러나 불법 다단계 유사수신 조직이 개입, 가상자산 이해도가 낮은 노인 등을 상대로 사업설명회를 열어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피해자들에 의해 금융감독원에 신고서가 제출되면서 경찰 등도 올해 2월부터 피해사실 제보를 접수하는 등 수사에 착수했다. 재단 측은 판매조직 유로핀 측과 패스토큰은 무관하며, 홍보영상에 사용된 이미지 등도 도용된 것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이번 사례처럼 타인의 저작물을 원저작자와 협의 없이 민팅하거나 위작을 대상으로 NFT를 발행하는 행위는 저작권 침해로 볼 여지가 있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5월 이중섭, 박수근, 김환기 등 유명 작가들의 미술 작품이 NFT화돼 온라인 경매에 나온다는 소식에 관심이 집중됐으나 저작권을 보유한 유족 측과 미리 협의하지 않은 탓에 결국 경매가 취소됐다. 이밖에 픽셀아트로 명화 시리즈 작업을 하고 있는 주재범 작가, 도도새 연작으로 유명한 김선우 작가가 표절 작품 NFT 판매 문제를 겪었다. 개구리 캐릭터 '페페'의 패러디 작품 NFT 역시 원저작자의 문제 제기로 판매가 중단됐다.

업계 관계자는 20일 “페페 NFT 사례는 추가 유통은 중단됐지만 이미 판매된 물량에 대해서는 회수할 방법이 없다”면서 “패스토큰 NFT는 애초에 판매 수익을 염두에 두지 않고 영상 보존에만 의미를 둔 만큼 이에 대한 목적 달성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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