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홈 표준·보안 선제 대응 한 목소리...구글·아마존 맞설 생태계 키워야

급변하는 글로벌 스마트홈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우리 기업의 표준, 보안 부문 대응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홈 사물인터넷(IoT) 표준을 선제 채택해 차별화된 서비스 개발과 함께 인증 등 보안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제언이다. 대응 시기를 놓치면 외산 스마트홈 플랫폼의 시장 장악은 전방위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Photo Image
15일 서울 강남구 삼정호텔에서 열린 제18차 AI스마트홈리더스포럼에서 정재연 삼성전자 상무가 글로벌 매터 표준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AI스마트홈산업협회는 15일 서울 강남구 삼정호텔에서 '제18차 AI스마트홈리더스포럼'을 개최하고 산업 주요 이슈와 국내 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행사에서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유행 이후 스마트홈 시장이 급속도로 커진 가운데 시장 주요 흐름인 '표준'과 '보안'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할 경우 구글, 아마존 등에 시장 전체를 내줄 수 있고 경고했다.

최근 글로벌 스마트홈 시장 최대 이슈는 홈 IoT 통신표준 '매터(Matter)'다. 오는 9월 발표될 매터는 구글, 아마존, 삼성전자, 애플, 샤오미 등 글로벌 대표 스마트홈 업체를 포함해 반도체, 자동차, IT 등 230여개 기업이 참여해 개발 중이다. 표준 적용 시 구글 인공지능(AI) 스피커 '구글홈'에만 연동되던 IoT 기기를 아마존 '알렉사'나 애플 '홈팟'에서도 작동할 수 있다. 플랫폼 종속성을 없앤 스마트홈 환경을 구현한다.

구글과 아마존은 자사 제품·플랫폼의 매터 적용을 공격적으로 확장하는 동시에 IoT 기기 기업에게 개발 환경을 제공하는 등 자사 생태계로 끌어들이기 위해 안간힘이다. 이들을 뒤쫓는 삼성전자 역시 가전 제조사라는 강점을 활용해 TV, 냉장고 등을 매터 허브로 삼아 생태계를 조성한다.

정재연 삼성전자 상무는 “구글은 자사 스마트홈 플랫폼과 IoT 기기는 물론 모바일 안드로이드 환경에서도 매터를 지원하면서 생태계 확장을 시도 중”이라면서 “특히 매터 적용 기기와 구글 스마트홈 플랫폼 연동을 위한 개발 환경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사용자는 물론 IoT 기기 업계까지 품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고 분석했다.

국내 중소기업도 단순 전자 제품에서 매터를 활용한 홈 IoT 가전으로 성장 기회를 얻을 수 있지만 여전히 대응은 소극적이다. 정 상무는 “플랫폼 종속성이 해소되면서 IoT 기업과 소비자 선택권이 중요해졌고, 플랫폼 기업은 과거보다 차별화된 서비스 개발에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IoT 업계는 매터를 활용해 글로벌 스마트홈 시장 진출을 적극 시도해야 하며, 대형 플랫폼 기업도 이들과 함께 글로벌 시장 진출에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hoto Image
15일 서울 강남구 삼정호텔에서 스마트홈 시장 트렌드와 주요 현안을 공유하기 위해 제18차 AI스마트홈리더스포럼이 열렸다.

기기간 연동 환경이 확산되면서 해킹 등 보안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AI 스피커다. 대부분 AI 스피커가 음성 기반으로 작동하지만 사용자 식별을 하지 않아 자칫 해커에 의한 정보 탈취나 악의적인 기기 작동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운호 서강대 교수는 “외산 AI 스피커와 달리 국산 제품은 사용자 식별 없이 무조건적 음성 명령만 수행해 큰 보안 위협이 된다”면서 “특히 최근 스마트홈 환경이 메타버스 등 가상환경과 결합을 시도하는 상황에서 나의 아바타가 내린 지시가 정말 자신이 맞는지 식별할 보안 체계도 마련돼 있지 않은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시장 선두기업은 자체 IoT 보안 인증과 개발 지침을 마련해 자사 제품은 물론 IoT 업계도 활용할 수 있게끔 개방한다. 글로벌 IoT 기업은 이들 공개된 IoT 인증을 활용하고 자연스럽게 생태계에 합류한다. 우리나라는 정부는 물론 스마트홈 플랫폼 기업들조차 IoT 인증 체계를 갖추지 않고 있다.

최 교수는 “구글, 아마존이 만들어 놓은 IoT 인증과 개발 가이드라인을 채택하면서 자연스럽게 기술과 비즈니스 모두 종속된다”면서 “우리나라도 서비스 개발이나 표준 대응뿐 아니라 IoT 인증 등 보안 체계를 갖춰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