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가격 상승에 물류 대란까지…가구업계 '이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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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가구업계가 원자재·물류 문제에 발목을 잡히고 있다. 국제적인 원자재·물류 가격 상승세가 계속되는 데다 최근 화물연대 파업 등으로 국내 물류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하반기 추가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목재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러시아산 제재목 가격은 최대 90만원대를 유지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63% 오른 가격이다. 미국·캐나다·뉴질랜드 등 주요 국가에서 수입하는 원목 가격도 꾸준히 전월 대비 상승하고 있다.

수입 물량은 줄고 있다. 지난 4월 수입된 파티클보드(PB)는 12만6000㎥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9.7% 줄었다. 지난 4월 섬유판 수입량도 1만6000㎥로 40.7% 감소했다. PB와 섬유판은 국내 가구 업체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원자재 중 하나다.

국제적인 목재 가격 상승 원인은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으로 분석된다. 엔데믹이 본격화되면서 각 국의 원자재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데 반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공급은 줄고 있다. 최근에는 건설 경기가 살아난 중국이 동남아시아 물량을 대규모로 확보하면서 가격 인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불거진 화물연대 총파업도 가구업계에 위험 요인이다. 해외에서 대형 컨테이너로 들여오는 목재 수급에 제한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가구 업체들이 주로 이용하는 인천항 화물 반출량은 평시 수준의 20%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높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생산 의존도도 문제다. 가구업계는 부엌·붙박이장을 제외하면 대부분 동남아 일대에서 완성품을 위탁 생산해 들여오고 있다.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식탁·소파 등 가정용 가구 판매에 제약이 걸릴 수 있다.

가구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완성품 가구 등을 실은 일부 컨테이너가 인천항에 묶여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파업이 장기화돼 재고 물량이 떨어지고 운송에 차질을 빚는 다면 판매까지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벌써부터 가구업계가 추가 가격 인상을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앞서 한샘·현대리바트 등 주요 가구업체들은 상반기 평균 5% 안팎의 가격 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여전히 원자재·물류 등 대외 이슈가 이어지는 데다 2분기 판매량까지 부진해지면서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2분기 거리두기 해제로 야외활동이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이 가구에 지갑을 닫고 있다”며 “원자재·물류 문제가 장기화되면서 업체들이 다시 가격 인상 눈치 싸움에 돌입한 모양새”라고 말했다.

민경하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