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면세점 입찰 '제로'…업계 "기존 점포도 버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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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한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

정부가 3년 만에 실시한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입찰이 흥행 실패로 끝났다. 면세업계는 외국인 관광객 매출이 회복되지 않는 상황에서 신규 점포는커녕 기존 점포 유지조차 버겁다는 반응이다.

31일 관세청에 따르면 전날 마감한 대기업 대상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 신청에 지원한 업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중견 기업을 대상으로 한 지역 시내면세점 특허 신청에만 세종·전남·강원 각 1개 업체가 지원했다.

정부가 대기업 대상으로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 신청을 공고한 것은 지난 2019년 5월 이후 3년 만이다. 이보다 앞서 관세청은 코로나19 이후 여행 재개를 대비한다는 명분으로 지난해 12월 29일 공고를 냈다.

흥행 실패는 예견된 상황이었다. 면세업계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매출이 크게 줄면서 시내면세점 신규 신청은 부담스럽다는 반응을 보여 왔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시내 면세점 사업장을 새로 만들려면 거의 1000억원 정도 소요된다”며 “시내 면세점에서 손익을 내려면 최소 3~4년을 내다봐야 하는데 당장 있는 사업장도 지키기 바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서울 시내면세점은 점점 줄고 있다. SM면세점은 2020년 4월 인사동 면세점을 폐점했다. 지난해 7월에는 신세계면세점이 반포 센트럴시티에 위치한 강남점을 폐점했다. 지난 2019년 말 57개이던 국내 면세점은 지난해 말 기준 48개로 줄었다.

연내 온전한 회복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외국인 관광객 수요는 코로나 이전 대비 10% 수준에도 못 미친다. 한국관광공사 데이터랩에 따르면 올해 3월 누적 외국인 관광객 수는 27만8618명이다. 코로나 이전인 지난 2019년 3월 누적 관광객 수는 384만2246명에 달했다.

중국 봉쇄령이 지속되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 정부가 강력한 코로나 방역 정책을 시행하면서 면세점 주 고객인 중국 따이공(보따리상) 면세점 방문이 줄어들고 있다. 봉쇄령 영향으로 면세업계 매출도 4개월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지난 4월 면세점 매출은 1조3833억원으로 전월 대비 16.8% 감소했다.

업계는 하반기 인천공항 대기업 면세점 입찰을 주시하고 있다. 현 사업권 기준으로 제1여객터미널 4개, 제2여객터미널 3개 사업권이 걸려있다. 외국인 관광객 수요가 회복세인 데다 시내면세점에 비해 수익성도 높다. 다만 임대료 징수 체계가 현 고정 임대료 방식에서 매출 연동형 방식으로 전환될 지 여부가 흥행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민경하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