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을 앞두고 재계는 반도체와 배터리 등 경제 안보 동맹 강화와 공급망 협력에 기대를 걸고 있다. 또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 확대를 위한 지원책과 '무역확장법 232조' 개정도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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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 미국 미시간주 배터리공장. [자료:LG에너지솔루션]

지난해 5월 미국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 당시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때는 한국 기업들이 44조원에 달하는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따라서 기업들이 지난해처럼 대대적인 투자 계획을 내놓기는 어렵지만 발표된 사업을 확대하거나 액션플랜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21일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과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주재하는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는 우리 쪽에선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롯데 등 5대 그룹과 한화, OCI, 네이버 등 미국과 현안이 있는 약 8개 기업이 참석한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추진 중인 20조원 규모 파운드리 공장 착공 계획을 구체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서부에 1조원 이상을 투자해 개방형 혁신을 지향하는 연구개발(R&D) 센터를 짓겠다고 이미 발표했다. SK도 세부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 분야에선 LG가 미국에서 추진 중인 투자의 구체적인 계획 발표가 예상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미시간주에 독자 공장(연산 5GWh)과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법인 1공장(35GWh)을 오하이오주에서 가동 중이다. 또 건설 중인 테네시주 합작 2공장(35GWh)과 미시간주 합작 3공장(50GWh) 외에 애리조나주 퀸크릭에 1조7000억원을 투자해 연산 11GWh 규모 원통형 배터리 신규 공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은 바이든 대통령 방한 일정에 맞춰 미국 현지 전기차 생산을 위한 공장 신설을 발표할 전망이다. 미국 조지아주 정부가 오는 20일 경제개발 관련 중대 발표를 예고하면서 기정사실화된 상태다. 미국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미국에서 판매하는 차량 절반을 전기차로 채우겠다는 계획이다.

SK그룹은 전기차 관련 인프라 사업을 미국에서 진행 중이다. SK㈜가 지난해 미국에서 사업을 하는 세계 2위 전기차 초급속 충전기 제조사 시그넷EV(현 SK시그넷)를 인수한 데 이어 올해 SK E&S가 미국 전기차 충전사업자 '에버차지' 경영권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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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의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공장. [자료:SK이노베이션]

재계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 때 선물을 갖고 올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기대하고 있는 것은 미국 보호무역 통상 기조의 근거인 무역확장법 232조 개정이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특정 수입 품목이 미국 국가 안보에 위해가 된다고 판단될 경우 대통령이 수입량을 제한하고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법안이다. 지난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해당 조항을 근거로 철강·알루미늄 수입재에 관해 수입규제 행정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철강업계는 우리나라 철강과 알루미늄 수출 규모를 2015~2017년 3년간 평균 물량의 70%로 제한하는 쿼터제를 유럽과 일본처럼 풀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한미정상회담과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등에서는 개별 기업의 투자발표보다는 한국과 미국이 반도체와 배터리 등 미래 핵심산업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고 동맹관계를 공고히 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