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는 발명의 어머니가 아니다. 기술 역사를 깊이 들여다보면 에디슨의 명제는 틀렸다. 대개 발명은 필요보다 선행하기 때문이다. '기술의 진화' 저자인 기술사학자 조지 바살라에 따르면 바퀴·자동차·트럭만 보더라도 기술적 변이는 시장 요구가 있기 훨씬 이전에 풍부하게 있었다. 기술 변이는 개발자의 상상과 놀이를 통해서도 끊임없이 만들어진다.
에듀테크 분야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팬데믹 훨씬 이전에 줌, 시스코 웹엑스, 구글 행아웃 등이 실시간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고 있었다. 무들, 캔버스, 블랙보드 등은 학습관리시스템(LMS) 글로벌 강자였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이런 교육·학습 플랫폼 비즈니스의 촉매제일 뿐이다.
유동적 시장 환경에서 무엇이 선택될지 알기 어렵지만 학습과 교육을 위한 인류의 상상이 멈춘 적은 없다.
그렇다면 포스트 팬데믹 시대 에듀테크 트렌드는 무엇일까. 많은 사람이 실시간 영상 솔루션 시장은 팬데믹 종식으로 축소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면 시대가 다시 왔으니 누가 굳이 비대면 실시간 기술을 사용하겠냐는 의문이다. 이런 '논리적 예측'도 틀릴 가능성이 있다. 여러 설문 조사에서도 '계속 활용하겠다'는 응답 비율이 절반 이상이다. 인류 전체가 2년 이상 요긴하게 사용한 기술을 하루아침에 창고에 넣어둘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다른 용도로 확장하는 응용력을 보일 개연성이 높다.
많은 전문가가 각종 매체에서 에듀테크 트렌드를 이야기해 왔다. 공통적인 것은 인공지능(AI) 기술과 데이터사이언스에 기반한 개인별 맞춤형 학습, 온·오프 블렌디드 학습, 가상현실(VR) 기기 활용 실감 학습 정도다. 수학의 '콴다'나 영어의 '산타토익' 같은 맞춤형 학습 플랫폼이 성장하겠지만 정답이 없는 유형의 학습을 돕는 기술은 아직 요원하다. 집중도와 실재감을 높이는 온라인 교육 플랫폼 개발은 여전히 도전적 과제이다. 어지러움 없이 VR기기를 장시간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기술 또한 아직 멀었다. 이런 학습 플랫폼에 맞물려야 할 양질의 교육 콘텐츠 생산, 추천, 공유 생태계를 어떻게 혁신할 것인지도 큰 과제다.
마지막으로 교육·지식 생태계를 건강하게 돌아가게 할 심리 엔진, 즉 인센티브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가 남아 있다. 이런 의미에서 블록체인 기반의 웹 3.0 구조 설계는 에듀테크 분야에서 마지막 성배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이런 식으로 트렌드를 만들려고 하겠지만 교육 시장 환경이 어떻게 요동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는 “2030년에 지구상에서 가장 큰 인터넷 기업은 교육 기업이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글로벌 에듀테크 시장 규모가 2025년에는 500조원에 이른다는 전망이다. 에듀테크 산업이 계속 성장할 것이라는 예상은 전혀 놀랍지 않다. 오히려 우리 질문은 '왜 그럴까?'여야 한다.
에듀테크 산업이 그 어떤 산업보다 크고 다양하며 지속 성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가 모두 학생이고 선생”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모두 게임 이용자가 아님을 상기한다면 이 명제는 가슴 뛰게 하는 문장이다. 우리는 타인으로부터 배움을 통해 문명을 이룩한 유일한 동물이다. 학습과 교육은 사피엔스의 핵심 본능이다. 대학에서 20년 동안 연구와 교육에 매진하던 필자가 에듀테크 회사를 설립하고 실시간 영상 교육 솔루션 '에보클래스'로 새로운 교육 서비스를 시작한 것도 이 본능의 깊이를 직접 측정해 보고 싶어서이다.
장대익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트랜스버스 대표 ceo@transverse.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