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윤석열 정부가 경제 살리기에 집중하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줄 것을 기대했다. 특히 기업들은 윤 정부가 과감한 규제개혁으로 혁신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성장하는 환경을 만들어 건강한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줄 것을 요청했다.
재계는 윤 대통령이 당선 직후 경제 6단체장과 회동하는 등 친기업 행보를 보이자 기대감이 커졌다. 상황은 긍정적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그룹 총수들이 대거 취임식 만찬에 초청됐다. 재계에서는 취임 첫 날부터 새 대통령이 기업 대표들과 대면하는 것은 재계 위상이 다시 회복됨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윤 당선인은 경제단체장들에게 자신과 언제든 직접 통화할 수 있게 하겠다며 '핫라인' 구축을 언급하기도 했다. 국정 운영에 있어 재계와 자주 소통하고 기업들의 의견을 반영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정책적으로는 규제완화와 맞춤형 지원 등으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줄 것을 기대했다. 재계는 우크라이나 사태, 미·중 갈등, 원자재값 급등,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새 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위기 극복을 도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진행한 '차기정부 경제·산업정책 관련 기업의견' 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은 경제 재도약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차기 정부가 가장 핵심적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 과제로 꼽았다. 중점 추진해야 할 규제완화 과제와 관련해서는 '투자·사업별 맞춤형 규제완화'를 꼽았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새정부에 바란다-기업의견 조사'에서 기업인이 가장 바라는 것은 '성장잠재력 회복·확충'이라는 결과를 도출했다. 세계 경제 전체의 성장률보다도 뒤지는 현 상황을 극복할 수 있도록 윤 정부에서 지원정책을 꾸려달라는 주문이다.
경제회복을 위해 경제인 특별사면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윤 당선인이 경제 활력을 강조하는 만큼 새 정부 출범 후 경제인 사면, 특히 반도체 산업의 '초격차 경쟁력' 유지를 위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중소기업계는 대·중소기업간 양극화 문제 해결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납품단가 현실화를 위한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대통령 직속 상생위원회 설치 등을 통해 고질적인 양극화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각 산업계도 윤 정부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
ICT 업계는 인력양성을 첫 번째 바람으로 꼽았다. 소프트웨어(SW) 개발자를 비롯해 전반적 정보통신기술(ICT) 전문인력 부족으로 중소기업은 물론 중견기업도 어려움을 겪는다. 대기업은 높아진 인건비로 비용부담이 커졌다.
ICT 전문인력은 단기간 양성이 어려운 만큼 우선 비전공자의 전환교육을 실시하고, 장기적으로 초중고교와 대학에서 관련 교육을 늘려 수요에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인구는 감소하는데 ICT 수요는 늘어나는 데 대한 근본적 해결책은 어려서부터 ICT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는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ICT 업계는 윤 대통령이 발표한 '공공 IT구매 사업 2배 확대'도 지켜주길 기대했다. 중견·중소기업에 공공 정보화 사업은 여전히 중요한 수익 확보처다.
플랫폼 업계는 새 정부에서 규제 완화와 함께 산업 진흥책을 힘있게 추진하길 기대했다. 앞서 대통령직 인수위에서는 메타버스와 디지털 플랫폼 등 신산업 육성을 통한 '디지털 경제 패권국가' 도약을 강조했다. 새 정부는 '메타버스 특별법'을 제정하는 등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일상·경제활동을 지원하는 메타버스 서비스를 발굴해 지난해 기준 12위였던 글로벌 메타버스 시장 점유율을 5년내 5위권으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선포하면서 업계 기대감이 커졌다. 기존 의료계와의 갈등 해소가 과제로 남아있지만 정부의 규제 완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확인했다. 이에 비대면 진료 관련 스타트업은 물론, 규제 덫에 걸려있던 다양한 플랫폼 기업들에게도 긍정 신호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과 핀테크 업계는 소위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 해결 필요성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을 기반으로 느슨한 규제를 업고 금융시장에서 빠르게 영역을 확대하는 빅테크에 대해 규제 형평성을 재고해달라고 요구한다. 반면 핀테크 업권에서는 빅테크와 중소 핀테크 기업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다른 만큼 빅테크·금융사와 다른 수준의 규제·육성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합리적인 규제·진흥정책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꾸준히 제기된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