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생태계를 강화해 종합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이 반도체 시장에서 자국 역량을 확대하기 위해 반도체 지원정책을 발표하고 있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과 시장 경쟁 심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연구원(KIET)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 움직임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를 1일 발표했다.
보고서는 반도체 공급망에서 미국과 중국이 서로 대립하면서 경쟁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중국 정부는 중국 반도체 시장이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지만 수입의존도가 높아 반도체 산업을 국가 중점 산업으로 규정하고 지원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반면 미국 정부는 안보 문제 등을 이유로 중국 반도체 산업육성을 견제하고 중국을 제외한 반도체 동맹을 추진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에서 시작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으로 미국은 반도체 제조 분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정책을 지속 발표하고 있다. 유럽과 일본 등 주요국도 파운드리 유치 등 반도체 산업 재건 및 부활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보고서는 주요국 지원정책과 주요 반도체 기업 투자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되면 파운드리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2025년부터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재편될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연구원은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에서 반도체 제조 분야에 초점을 두고 지원정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우리나라가 메모리반도체 제조 기술경쟁력을 바탕으로 국내 반도체 생태계를 강화해 종합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메모리 반도체 생산에서 우리나라를 대체할 수 있는 국가가 없어 지금까지는 미·중 양국 사이에서 중립을 유지하며 반도체 산업 발전이 가능했지만 반도체 공급망 재편 이후에는 같은 전략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보고서는 반도체 공급망 중심국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미국이 추진하는 반도체 동맹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현재는 미중 양국이 우리나라에 직·간접적으로 함께하길 요청하지만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재편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전략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영호기자 lloydmin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