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미만 회로 선폭·칩렛 협력
日, TSMC 생산공장 유치 강점
美, 핵심소재 공급망 안정 확보
선두주자 韓·대만 기술력 추격
미국과 일본이 최첨단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기술 동맹을 맺었다. 2나노미터(㎚) 이하 회로 선폭 등 최신 기술에 협력하는 한편 중국 등을 견제하기 위한 기술 유출 방지 대책 마련에 힘을 합친다. 3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미국을 방문하고 있는 하기우다 고이치 일본 경제산업상이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과 반도체 분야 협력 추진을 위한 문서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양국은 첨단 반도체 분야 상용화에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주류인 5~7㎚ 대비 2세대나 앞선 2㎚ 미만 선폭 기술, 미국 인텔이 보유한 '칩렛' 등을 유력한 협력 모델로 꼽았다.
일본은 자국 반도체 생산능력 강화를 위해 TSMC 생산공장을 규슈 지역에 유치했다. 하지만 10~20㎚를 주력으로 제조하기 때문에 글로벌 경쟁에서 뒤진다. 닛케이는 미·일 협력이 일본 정부가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TSMC 유치 이후 추진한 다음 단계라고 평가했다. 2나노 미만의 최신 기술력으로 선두주자인 한국과 대만을 따라잡고, 고객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칩렛으로 시장 점유율까지 높인다는 계산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일본과 손을 잡으면서 노광기를 비롯한 반도체 제조 장비와 함께 포토레지스트 등 핵심 소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공급망을 얻었다. 이번 협력으로 맨 앞단 기술까지 확보하면 대만 TSMC 의존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삼성전자와 TSMC는 현재 3㎚ 반도체 양산 경쟁을 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정부의 전폭 지지를 받는 인텔이 수백조원에 이르는 자금을 투입, 첨단 기술 경쟁이 불꽃을 튀기고 있다. 여기에 일본이 가세하면서 주도권 경쟁이 한층 치열한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이 TSMC 생산 거점의 자국 유치에 이어 미국과 손을 잡으면서 한국 기업엔 위협이 되고 있다. 국내에선 일본과의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기술 경쟁력을 지속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코로나19 팬데믹, 미-중 대립 등으로 경제보안 측면에서 중요성이 커진 반도체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미국 등과 반도체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편 오는 10일 대통령에 취임하는 윤석열 당선인은 대선 공약으로 '반도체 초강대국'을 제시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시스템 반도체를 적극 육성하는 등 공급망 강화를 위한 정책 과제를 국정과제에 담기도 했다.
<용어>칩렛=반도체 성능을 높이기 위해 반도체(다이)를 결합하는 기술. 반도체칩을 여러 개 붙이면서 반도체 미세화와 소형화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삼성전자, TSMC, 인텔은 칩렛 기술을 기반으로 반도체 집적도를 높이고 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