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국내 업체로부터 전달받은 기술자료를 중국 협력업체 빼돌린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았다.
공정위는 삼성SDI가 수급사업자가 보유한 다른 사업자의 기술을 중국 내 협력업체에 제공해 하도급법을 위반했다며 시정명령과 과징금 2억7000만원을 부과했다.
삼성SDI는 2018년 중국 내 법인의 현지 협력업체로부터 요청을 받고 국내 수급사업자 A사가 보유하고 있던 B사의 운송용 트레이 관련 기술자료를 중국 현지 협력업체에 제공했다. 중국 현지 법인은 삼성SDI가 지분 65%, 중국 2개 업체가 35%를 보유한 회사다. 현지 협력업체는 합작법인이 신규 개발 예정인 부품을 납품할 예정이었다.
삼성SDI 측은 A사가 작성해 소유한 기술자료를 취득한 경우에만 하도급법 적용 대상이 된다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하도급법의 목적과 거래 현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수급사업자가 작성(소유)한 기술자료로 한정할 수 없으며, 수급사업자가 보유한 기술자료도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이런 행위가 중소업체들의 기술혁신 의지를 봉쇄함으로써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며 “수급사업자가 보유한 기술자료까지 두텁게 보호하는 게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정위의 제재 근거가 된 도면은 삼성SDI가 제공한 사양에 따라 제작된 것으로 수급사업자에게 도면 작성 대가를 모두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면의 소유권이 최소한 삼성SDI와 수급사업자에게 동시에 귀속된다는 것이다. 또한 수급사업자는 해당 도면을 비밀리에 관리하지도 않았으며, 문제가 된 트레이는 단순 운반용으로 삼성SDI가 판매를 위해 제작한 제품도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자료 요구 서면 사전 교부의무도 위반했다. 삼성SDI는 2015년 8월부터 2017년 2월까지 8개 수급사업자에게 이차전지 제조 관련 부품을 위탁하면서 해당 부품의 제작과 운송 관련 기술자료 16건을 요구했다. 공정위는 삼성SDI가 기술자료 16건을 요구한 행위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봤지만 서면을 교부하지 않은 점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삼성SDI의 기술유용행위에 대해서는 2억5000만원, 기술자료 요구 서면 사전 미교부 행위에 대해서는 2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송상민 공정위 기업거래정책국장은 “이번 조치를 통해 수급사업자가 다른 사업자로부터 제공받아 보유한 기술자료도 하도급법 보호 대상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감시가 소홀했던 수급사업자 보유 기술자료에 대해 원사업자가 부당하게 요구하거나 이를 제공받아 사용하는지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SDI 관계자는 “공정위 의결서를 송달받으면 면밀히 분석한 후에 소송 제기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