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文 정부' 보이는 尹 인선

Photo Image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정치 경험이 전무하다. 정치 입문 선언 뒤 1년도 안 돼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에 선출됐다. 이른바 '딜'이 난무하는 정치판과는 동떨어진 인사다.

그가 보수 진영과 각종 대기업의 비리 혐의를 수사하며 진보 진영의 '히어로'로 떠올랐고, 문재인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장에 이어 검찰총장으로 파격 발탁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강직한 검사'라며 옹호했다. 이런 상황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일가족 비리 의혹 수사를 시작했다. 민주당은 물론 문 대통령과도 등을 졌다. '원칙' 앞에서는 내 편 네 편이 없는 모습을 보여 줬다.

당선인의 이 같은 경력은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감으로 나타났다. 이전 정부는 대통령 측근을 정부 요직에 앉혔다. 팬클럽 회장이 공공기관 이사직을 맡는 경우도 있었다. 최순실 게이트 역시 최측근이 국정에 관여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당선인은 다를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단일화 대상이자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맡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공동정부가 출범할 것이란 기대감도 있었다.

그러나 당선인이 세 차례 조각 인선 발표를 통해 국민에게 소개한 국무총리, 17개 부처 장관 후보자들의 면면을 보면 이 같은 기대감은 사그라든다. 능력·경험·전문성을 내세웠지만 당선인과의 인연이 오래된 이가 상당수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임기 종료 1개월을 앞두고 전·현직 국무위원, 청와대 참모들과 오찬·만찬을 함께하며 회포를 풀고 있다. 문 대통령도 측근이나 대선 때 자기를 도운 진영의 사람들을 정부와 청와대, 공공기관에 포진시켰다.

윤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 초기에 부동산, 원전, 최저임금, 공공기관 채용 등 얼마나 많은 실정이 있었는지 복기해야 한다. 새 정부가 당선인과 인연이나 진영 논리를 이어 간다면 이전 정부의 길을 답습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Photo Image

안영국기자 ang@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