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문윤성 SF 문학상에는 중단편 부문이 새롭게 신설됐다. 중단편은 세계에 중점을 두는 SF 매력을 한껏 살릴 수 있는 분량인 만큼 완성도높고 개성 있는 작품이 많이 출품됐다. 응모작 대부분 고르게 뛰어났으며 아이디어와 설정, 세계의 독창성 등 SF의 과거로부터 이어지는 특징을 계승한 작품과 현대적 문제의식과 감수성을 담은 작품이 골고루 포진해있어, 한국 SF의 스펙트럼이 확장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중단편 부문 본심에서 심사위원은 대상과 우수상을 어렵지 않게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대상작 '내 뒤편의 북소리'는 재치 있는 설정과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흡인력, 매력적인 결말을 모두 갖췄다.
특히 SF만이 줄 수 있는 기이한 독서 경험을 제공하는 개성적 작품이라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우수상 수상작인 '궤적 잇기'는 새로운 세계를 통해 지금 현실을 낯설게 보게 만드는 SF의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이야기로 마음을 움직이는 강력한 힘을 지녔다.
가작 논의 과정에서는 다소 어려움이 있었는데, 본심작 모두 수상작품집에 실린다고 해도 크게 이견 없을 만큼 고른 완성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완성도를 비교하기보다 여러 작품 중 눈에 띄는 고유한 매력과 독창성을 지녔는지를 주목했다. 가작 선정작 '한밤중 거실 한복판에 알렉산더 스카스가드가 나타난 건에 대하여'는 경쾌한 전개와 매끄러운 문장으로 단숨에 독자를 결말까지 이끄는 한편 그 안에 묵직한 문제의식을 품고 있다. '사어들의 세계'는 차분하고 건조한 분위기에 잠식되는 느낌을 주는 소설로, 주요 설정과 마지막의 주제가 잘 맞물리며 깔끔하게 마무리된다. '신의 소스코드'는 여러 인물을 인터뷰하는 다큐멘터리 형식과 다른 세계를 종횡무진 오가는 이야기가 잘 어울렸고, 긴 분량인데도 흐름을 놓치지 않고 다음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드는 재미가 있었다.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하지는 못했지만 '2035 배달 로봇 연쇄 실종 사건'은 흔하게 느껴질 수 있는 소재를 작가만의 방식으로 독창적으로 변주한, 특히 인물들 사이 주고받는 대사가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반려견, 두 번 산다' 역시 무난해 보이는 소재를 택했지만 전개될수록 독특한 문제의식이 드러나는 작품으로 기억에 남았다.
장편 부문 응모작은 전반적으로 중단편 부문에 비해 인공지능과 로봇 소재로 쏠려있는 현상이 강했고, 완성도 면에서도 아쉬운 작품이 많았다. 그러나 최종 본심에서 수상작으로 결정된 두 작품은 보석을 발견한 듯한 즐거움을 주는 작품이었다. '크리스마스 인터내셔널'은 앞으로의 전개를 예측할 수 없는 도입부, 이어지는 갑작스러운 이야기의 전환과 더불어 다채롭고 생생한 인물들의 등장 등 여러 면에서 눈길을 끌었던 작품이다. '스타트렉'과 코니 윌리스의 소설 등 기존 SF를 떠오르게 하는 오마주로 장르 팬들의 즐거움을 더해줄 장면이 특히 많지만, 인류를 되돌아보게 하는 냉소적이지만 온기를 잃지 않는 시선은 더욱 폭넓은 독자들에게 닿을 수 있는 요소일 것이다. '조선 사이보그전'은 설정도 재미있었지만 무엇보다 캐릭터 구성이 뛰어났던 작품으로, 주인공에게 몰입하고 공감하게 만드는 전개가 좋았다. 인물의 과거나 미래 등 여러 방향으로 확장될 여지가 많은 작품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