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연구소 '아이멕(Imec)'이 5년 만에 반도체 첨단 기술 스타트업·벤처 투자에 나섰다. 대규모 펀드를 조성, 차세대 반도체 기술 기업을 육성할 생태계를 조성한다. 기존 펀드가 인공지능(AI)과 3차원(3D) 적층 기술 등에 투자, 성과를 거둔 만큼 신규 펀드가 어떤 기술과 기업을 지원할지 주목된다.
벨기에 아이멕은 최근 1억5000만유로(약 2000억원) 규모 '아이멕 엑스팬드 2기(Imec.xpand II)' 펀딩을 1차 마감했다고 발표했다. 최종적으로 총 2억5000만유로를 모금할 계획이다. 이번 펀드는 아이멕이 2017년 네덜란드 정부와 글로벌 반도체 기업, 투자사와 함께 아이멕 엑스팬드 1기 펀드를 조성한지 5년 만이다. 당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파리바그룹,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필립스 등 유수 기업이 참여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1기 펀드가 총 1억1700만유로인 점을 고려하면 이번 펀드는 규모가 2배로 늘었다.
아이멕은 1기 펀드를 통해 △양자 컴퓨팅 'Psi퀀텀' △이미지 센서 성능을 높이는 분광 필터 기술 '스펙트리시티' △AI 컴퓨팅을 위한 광전자 플랫폼 '셀레스티얼 AI' △3D 금속 적층 프린팅 기술 '패브릭8랩스' △AI 반도체 '악셀렐라 AI' 등 첨단 기술 스타트업을 발굴, 육성했다.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의 기술 수준을 한층 높였다는 평가다.
1기 성과에 따라 아이멕 엑스팬드 2기 투자 대상에 대한 관심도 높다. 아이멕 엑스팬드 투자 대상이 되면 아이멕의 기술 협력 네트워크와 인프라를 활용, R&D 속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멕은 내노라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과 협력하면 첨단 반도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주요 반도체 기업이 내부적으로 아이멕과 협력 채널을 갖춰 놓는 배경이다. 대표 사례로 ASML이 차세대 반도체 노광장비인 '하이 NA(High NA) 극자외선(EUV)' 장비를 아이멕과 협력해 개발 중이다. 아이멕 엑스팬드 투자 대상 기업으로 선정될 시 이러한 반도체 기업과 협업도 기대된다.
루크 반덴 호프 아이멕 최고경영자(CEO)는 “혁신 아이디어가 상업적으로 성공하려면 고급 인프라와 전문 지식, 성장 가능한 자본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며 “아이멕 엑스팬드는 이러한 요소를 모아 미래 유니콘을 위한 성장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