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디지털…얽힌 현안 대응
전문가 “산업통상형 조직 운영을”
새 정부 산업부 적극 활용 동시에
대통령 직속 '통상委' 설치 제언
제조업 비중과 무역 규모가 큰 주요국이 산업 부처 중심으로 각종 통상 이슈에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제조업 비중이 낮고 무역 규모가 작은 국가는 외교 부처가 통상을 담당하고 있음으로써 대비를 이뤘다.
최근 국제 통상 현안은 공급망, 디지털, 탄소중립 등과 복잡하게 연계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여러 이슈가 복합적으로 얽히고설킨 신(新)통상 시대를 맞아 우리나라도 '산업통상형' 조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을 주문했다.
22일 통상 전문가 및 업계 분석에 따르면 독일·중국·일본·멕시코 등 12개국은 산업정책 주무 부처가 통상을 관장하는 '산업통상형' 조직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 부처가 통상교섭과 진흥 등 업무를 주도적으로 수행한다. 반면 외교 부처는 해외 공관을 활용한 정보 제공, 공적개발원조(ODA) 등에 치중한다.
이들 국가는 우리나라처럼 제조업 비중이 높고 무역 규모가 크다는 공통점이 있다. 2020년 기준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제조업 비중은 26.1%, 일본 20.3%, 독일 18.1%로 우리나라(24.8%)와 비슷했다. GDP 대비 무역의존도 또한 독일 81.1%, 멕시코 78.1%, 터키 61.1%로 우리나라(69.2%)와 유사했다.
반면에 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과 같이 제조업 비중이 낮고 무역 규모가 작은 국가는 외교 주무 부처가 통상정책을 관장하는 '외교통상형' 조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독립부처인 무역대표부(USTR)가 통상 업무를 전담하지만 반도체·배터리 등 핵심 산업의 공급망과 첨단기술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상무부 역할이 강화되는 추세다.
이날 서울 강남구 트레이드타워에서 열린 '신(新)정부 통상정책 심포지엄'에 참석한 통상전문가들도 비슷한 분석을 내놓았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수출 주도형 국가들이 통상 압력을 완충하기 위해 통상 기능을 다수 산업 담당 부처로 분산하고 있다”면서 “1조달러 이상의 무역 규모와 제조업이 강한 산업구조로 된 국가는 대부분 산업통상형 체계를 채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성호 경기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산업통상형 조직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시대에 다시 외교통상형 조직으로 돌아가자는 주장 자체가 갑작스럽다”면서 “산업통상형 조직이 갖춰진 지 10년으로, 착근하는 상황에서 (기능) 이관은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교수는 “통상 관련 조정 능력 제고를 위해서는 대외경제장관회의와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를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적극 활용하는 동시에 대통령 직속의 가칭 '통상위원회'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