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새로운 대통령에게 필요한 4차 산업혁명 입국을 위한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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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됐다. 앞으로 5년은 대한민국이 명실상부한 선진국 진입에 성공할 것인가 아니면 선진국 문턱에서 좌초하는 파쇄국가(Shattered Nation)로 운명에 놓일지를 가름하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새 정부에 바라는 소망은 실로 다양하겠지만, 여기서는 필자의 관심 사항인 4차 산업혁명과 새로운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리더십 요체를 정리한다.

4차 산업혁명은 필자가 2015년 동 제목의 단행본을 출간한 것이 세계 최초라고 생각한다. 백지 위에 20년을 사정권에 넣고 만물 지능 네트워크에서 피어날 신산업 프레임을 디자인하고, 극복할 당면과제를 제시했다. 정부에서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꾸리고 관련 정책 어젠다와 보고서를 수차례 내놓았다. 불행히 대통령의 관심 부재, 참여하는 전문가 진용의 폐쇄성, 관료의 영혼적 대응 결핍 등으로 이렇다 할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4차 산업혁명은 물리 세계와 가상세계가 고도로 융합하는 디지털 완전체를 지향하며 앞으로 다음과 같은 단계를 거치면서 진화를 거듭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 1.0은 역동적 게임 세계 구축과 아바타와 함께 노니는 메타버스 등과 같은 디지털 3차원 가상공간의 개척이다. 불행히 물리법칙을 배제하고, 노이즈에서 해방된 환경에서 온갖 파라미터 설정이 가능한 메타버스 세계는, 현실환경에 보편적으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4차 산업혁명2.0은 만물 인터넷과 지능 빅데이터, AI 알고리즘이 삼위 일체화된 디지털 트윈을 구축해 국가 시스템, 산업, 인프라 등에 접목하는 국면이다. 디지털 트윈은 현재 메타버스와 달리 사람, 빌딩, 공장, 다리, 학교, 병원 등을 그대로 사이버 공간에 재현한다. 현실 세계 물리 법칙과 노이즈 등을 감안한 디지털 쌍둥이(Digital Twin)를 가상공간에 설계해, 현실 세계와 긴밀한 상호작용을 통해 과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찾는다.

4차 산업혁명 3.0은 디지털 트윈 증강 시스템으로 인간의 지식·모델 세계를 디지털 세쌍둥이(Digital Triplet)로 구축해 운용한다. 예컨대 물리적 현실 세계+디지털 정보 세계+지식·모델 세계가 선순환 생태계가 돼 피드백을 교환하는 차세대 산업과 사회 시스템의 심층 기반이다. 또 개인의 암묵지를 형식지로 변환해 지식을 공유하고 새로운 발견을 가능하게 한다.

4차 산업혁명 4.0은 초연결 지능 문명의 성숙 국면으로 인간과 기계가 공생·공진화하는 디지털 변용체(Digital Metamorphoses) 세상이다. 법제도, 문화, 가치관까지 디지털 완전체에 최적화돼 인류의 난제 해결에 도전한다. 인간에 의한 통제가 가능한 사회적 특이점(Pre-Singularity)의 도달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4차 산업혁명이 성숙되면서 우리의 생활 세계는 물리적 행성, 사이버 행성, 디지털 행성 그리고 초유기체 행성이 동시에 공존하는 초병렬·지구행성 체제(paraconsistent planet system)로 이행될 것이다. 동시 다중 세계 체제에서는 물리적 행성 전략만으로 세계 중심국가가 될 수 없다. 사이버 세계와 물리 세계의 대역전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현 단계에서 4차 산업혁명 선봉 국가인 미국은 사이버 행성을 무대로 GAFA 제국건설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젠 사이버 행성 중심전략만으로는 디지털 초강국의 지위를 확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사이버 행성과 물리적 행성을 연계해 각각의 장단점을 보완하는 완전 디지털 행성 생태계에서 국부가 탄생하고, 신성장 산업이 융성할 것이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4차 산업혁명 4.0국면에서는 디지털 행성 전략 중심으로도 진정한 디지털 문명의 최종 승자가 되지 못한다. 물리적 특이점을 사회적 특이점 차원으로 재창조하는 초유기체 행성(Super-organic Planet) 시대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초유기체 행성은 모든 사물과 공간에 특화AI와 범용AI가 파고드는 초인지화가 진행되고, 증강된 인류(Augmented Human), 증강 사물, 증강 공간이 상호 공진화하는 초생명 생태계로 대이행이다.

초유기체 행성을 구성하는 기본축은 디지털 탈바꿈의 선도적 완성과 통제 가능한 인공지성체(artilect)의 개발 그리고 탄소중립 실현으로 구성되는 트리플 융합 혁명으로 완성된다. 인류의 초지성으로 구현되는 '디지털 테라포밍(Terraforming)'이라고 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진로를 인류 신문명 창조와 인간 역량 강화를 사정권에 넣는다면, 진정한 디지털 혁명은 지금부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야심적 과학기술 입국에 도전하는 한국판 문샷 프로그램을 대통령 프로젝트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4차 산업혁명의 1.0은 2025년, 2.0은 2030년, 3.0은 2035년, 4.0을 2040년으로 시계열화한다면, 각 국면에 도달하는 담대한 청사진이 요구된다. 현재에서 미래를 보는 점진적 접근은 수많은 이해관계자 간 갈등을 조절해야 하는 정치적 허들에 직면한다. 궁극의 미래상을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를 지도자의 리더십으로 하나하나 제거해 가는 역산적 접근(Back Casting Approach)이 효과적이다.

4차 산업혁명 입국을 위한 대통령의 리더십은 크게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 양극화 전략이다. 동 전략은 사이버(공간) 지구에서 비교우위를 갖는 기능과 기능 제공자와 수혜자 모두 사이버 지구로 옮겨야 한다는 전략이다. 양극화 전략이 구현하려는 목표는 효율성이다. 물리적 지구에서 발생되는 마찰과 그 비용은 사이버 지구로 옮겨지면서 제로화로 수렴되기 때문이다.

둘째, 유사한 기능과 역할을 사이버 지구와 물리적 지구에 각각 동시에 제공하는 중첩화 전략이다. 중첩화 전략이 달성하고자 하는 것은 효율성이 아니다. 양 공간에서 동일한 서비스와 재화를 제공하는 만큼 비용의 중복이 발생할 수 있다. 중첩화 전략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는 형평성 또는 신뢰성이다. 공공부문 서비스와 재화는 대부분 중첩화 전략을 구사하지 않을 수 없다.

셋째, 사이버 지구와 물리적 지구에 산재된 기능과 자원을 유기적으로 연계시키고 통합시키고자 하는 융합화 전략이다. 융합화 전략은 기존에 존재하던 기능과 자원을 최적화하거나 그 안전성을 극대화하고자 하지 않는다. 그보다 융합화 전략을 통해 새로운 기능과 가치를 창조하고자 한다.

세 가지 전략은 대처해야 할 국가적 어젠더 모두에 적용될 수 있다. 감염증 대책, 부동산 문제, 건강장수, 기후 환경, 지역사회 활성화, 연금·복지, 교육, 의료, 행정 등 각 영역에서 단계별 진화 모델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정책과 전략을 발굴하고, 가용자원을 결집하는 대통령의 리더십이 불가결하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것은 현실세계 중심의 구조조정에 머무르지 않고 디지털 두 쌍둥이와 셋 쌍둥이의 적절한 역할 부여와 재배치 전략이 수반될 때 4차 산업혁명 전략은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새 대통령에게 디지털 신문명 선봉 국가로 진입하는 것만큼 화급한 절체절명의 리더십이 어디에 있을까? 우리에게 디지털 초강국의 길은 열려 있다.

하원규 미래학자·디지털 토굴인 hawongy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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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하원규 미래학자= 디지털 토굴인·한국시스템다이내믹스학회 고문·행안부 지능형서비스분과 위원. 대학시절 로마클럽 '성장의 한계' 보고서를 접하면서 미래학자의 길을 시작했다. 1985년 중앙일보와 삼성전자가 공동으로 주관한 '21세기 논문대상(논문명:인간과 기계의 상호수렴과 대응과제)'을 받았고, 1992년에는 박사논문 'ICT패러다임 전환과 국가전략'으로 일본 정보통신보급재단 인문사회과학상에 선정됐다. 35년 동안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 재직하면서, 초고속정보통신기반 구상(체신부 장관상), 사이버 코리아(정보통신부 장관상), e-Korea(국무총리상), u-Korea(철탑산업훈장), 만물지능통신기반 중장기 전략 관련 프로젝트 책임자로서 디지털 혁신국가 어젠다를 발굴·기획했다. 2015년 정년퇴직 기념으로 '제4차 산업혁명'을 세계 최초로 출간했다. 현재는 2040년을 사정권에 넣은 '제5차 산업혁명'에 대한 그랜드 디자인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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