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와 유통사의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시장 진출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SK텔레콤이 이통 3사 중 처음으로 본허가 신청을 접수했고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 중 처음으로 마이데이터 사업에 도전하는 11번가도 본허가 획득에 나섰다. 금융·핀테크 기업에 이어 이통사와 유통기업의 마이데이터 진입이 가시화되고 있다.
1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초 마이데이터 예비허가를 획득한 SK텔레콤과 11번가가 지난달 말 본허가 신청을 접수했다. 본허가 심사가 최소 한 달 이상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두 회사 모두 이르면 상반기 중 마이데이터 본허가 사업자 지위를 획득하고 본격적인 서비스 준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이통 3사 중 가장 적극적으로 마이데이터 시장 진출을 준비해왔다. 이통사들은 의무정보제공기관으로서 사용자 요청 시 관련 정보를 즉시 전송해야 한다. 가장 먼저 시장에 진출한 금융·핀테크 기업에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만 하지 않고 직접 사업자로 나서 다양한 사업 기회를 모색해 저변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 깔렸다.
SK텔레콤은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위한 신규 플랫폼을 구축하고 통신과 금융 데이터를 기반으로 신용카드·대출상품 추천 등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이달 열리는 주주총회에서는 마이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융합한 의료기기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는 등 사업 저변 확대 기반을 준비하고 있다.
SK ICT 그룹 계열사인 11번가와의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
11번가는 이커머스 기업 중 가장 먼저 마이데이터 진출을 선언했다. 11번가에 입점한 다양한 분야 온라인 판매업자 풀과 여기서 발생하는 대규모 구매 관련 데이터는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차별화할 수 있는 좋은 무기다. 자체 서비스 경쟁력뿐만 아니라 이종 업권 마이데이터 사업자와의 전략적 제휴를 끌어낼 수 있는 좋은 기반이다.
작년 12월 말 예비허가 인가를 신청한 KT와 LG유플러스도 금융당국으로부터 결과 통보를 기다리고 있다.
KT의 경우 이달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마이데이터와 부수업무 조항을 사업목적에 추가해 본격적인 사업 준비에 나설 계획이다. 이미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마이데이터 실증 서비스 과제에도 참여하며 이 사업 진출 효과를 점검했다.
특히 최근 신한금융지주와 지분을 맞교환해 신한은행·신한카드 등 주요 계열사와 데이터·기술 제휴도 준비하고 있다. 신한금융의 강력한 금융 데이터에 KT의 통신 데이터를 결합하면 개인 대상 종합생활금융 서비스는 물론 소상공인 대상 서비스까지 영역을 확장하기 용이하다. KT의 빅데이터 상권분석 플랫폼 '잘나가게', 웹케시에 대한 지분 투자 등 이미 소상공인 대상 차별화 서비스를 갖출 수 있는 데이터 기반을 확보했다.
LG유플러스는 앞서 마이데이터 본허가를 획득한 LG CNS와 협업한다. 의료 마이데이터 사업을 위해 LG CNS, GC녹십자헬스케어와 제휴를 맺었다.
통신·금융·유통 데이터 시너지를 모색하기 위해 신한은행, CJ올리브네트웍스와 협업한 '디키타카' 서비스도 시범 운영했다. 이 서비스는 사용자가 직접 이야기를 만들어 소통하고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를 둘러보는 데이터 플랫폼이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