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 확산에도 연일 '낙관론'을 펼치고 있다. “이제 오미크론 유행도 정점을 지날 날이 멀지 않았다”(문재인 대통령),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출구를 찾는 초입에 들어선 셈”(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 “위중증·사망 안정 판단 시 거리두기 큰 틀 개편”(김부겸 총리) 등 최근 방역 책임자들의 발언을 들어 보면 마치 팬데믹이 끝난 것 같은 인상을 받는다.
하지만 실상은 코로나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 수는 연일 새 기록을 쓰고 있고, 정점 시기와 규모 전망도 갈린다. 요 며칠 사이 사망자 수가 빠르게 늘어나는 경향도 보인다.
코로나에 확진된 영유아가 의료진을 만나기도 전에 사망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고, 급한 환자가 응급실에 들어가지 못하고 전전긍긍하거나 의료진이 없어 위험에 빠지는 일은 워낙 많아서 일일이 언급하기 어려울 정도다. 백신을 맞지 않은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매일매일 새 학기 등교를 걱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낙관론이 전면에 등장하자 혼란이 가중됐다. 백신을 더 맞지 않겠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타국 사례를 들어 방역패스나 격리를 전면 폐지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여당 대선후보가 “당선되자마자 거리두기를 완화하겠다”고 공언할 정도니 '정치방역'이라는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다.
방역을 전면 해제한 나라가 2년간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렀는지, 그런 희생을 감수할 준비는 하고 있는지 등을 살피지 않고 각자 이득에 따른 주장만 난무하고 있다. 기저질환자 등 취약계층에 “공포심을 느낄 필요가 없다” “불안해 하지 마라”라는 정부의 메시지는 얼마나 위안이 될까.
정부의 방역 노력을 폄훼하는 지적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서 수십만명이 사망할 때 비교적 안정적으로 코로나19 확산 기세를 관리해 왔다. 물론 그 이면에는 방역 당국의 지침을 잘 따라 준 시민과 소상공인의 희생이 있었지만 신중하게 정책을 이끌어 온 정부의 리더십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코로나19라는 긴 터널의 출구가 보인다면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한다. 지금은 단 한 명의 사망자를 줄여야 할 때다. 긴장을 늦추는 순간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가 늘어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들에게는 정부의 결정, 메시지 하나하나가 목숨을 가르는 일이 될 수 있다. 축하 파티는 위기가 지난 뒤에 해도 늦지 않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