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0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야권 후보 단일화가 결렬됐음을 선언했다. 안 후보의 단일화 결렬 선언이 앞으로 대선 판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일각에서는 이미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정착돼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다른 편에서는 아직 투표 후보를 결정하지 않은 스윙 보터가 있어서 단일화 결렬은 이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논지를 펼치고 있다.
과거 대선 사례를 보면 아직 투표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가 예상외로 상당수 있을 수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007년에 펴낸 '17대 대통령선거 유권자 의식조사(제3차)'에 따르면 16대 대선에서 유권자 투표 후보 결정 시기는 투표 1개월 이상 이전이 52.2%, 투표일 기준 1개월 안에 투표 후보를 결정한 비율은 47.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표 당일에 투표할 후보를 결정한 유권자의 비율도 7.5%나 됐다. 17대 대선의 경우에는 투표일 1개월 이상 이전이 49.1%, 1개월 안이 50.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표 당일에 투표 후보를 결정했다는 응답도 7.2%에 달했다.
한국갤럽이 2012년 12월 24일 공개한 18대 대선 사후 조사 결과를 보면 투표자 가운데 65%가 선거 1개월 전에 이미 투표 후보를 결정했다. 반면 투표 당일에 투표할 후보를 결정했다는 응답자도 5%에 달했고 2~3일 전에 결정했다는 응답자는 8%, 일주일 전에 결정했다는 응답자는 10%로 선거일 일주일 내에 투표할 후보를 결정한 응답자는 모두 23%에 달했다. 한국갤럽은 투표 후보별로도 통계를 냈다. 박근혜 후보 투표자 가운데 76%가 1개월 전에 이미 투표 후보를 결정했고, 선거 전 일주일 안 결정자는 16%였다. 반면 문재인 후보 투표자 가운데 1개월 전 결정자는 57%, 선거 전 일주일 안 결정자는 27%에 달했다.
한국갤럽이 2017년 5월 12일 공개한 19대 대선 사후 조사에서 나타난 투표 후보 결정 시기를 보면 선거 당일 7%, 1~3일 전 10%, 4~7일 전 15%로 선거일로부터 일주일 안 투표 후보를 결정한 응답자가 32%를 차지했다. 2~3주 전은 13%, 선거 1개월 전은 54%로 나타났다. 투표 후보별로 보면 문재인 후보 투표자 가운데 71%가 1개월 전에 이미 마음을 결정했고, 선거 전 일주일 안 결정은 20%에 그쳤다. 반면 홍준표·안철수 후보 투표자는 각각 1개월 전 결정 50% 안팎, 일주일 안 결정이 30% 안팎이었다.
이 같은 자료를 종합해 보면 다음과 같은 결론에 이른다. 첫째 지지율 1위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 상당수는 일찌감치 해당 후보를 선택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볼 수 있고, 둘째 현재와 같이 대선을 2주 정도 남긴 시점에서도 '지지하는 후보는 있지만 투표 후보를 최종적으로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평균 30% 이상의 유권자가 아직 투표할 후보를 결정하고 있지 못했을 공산을 보여 주는 부분이다. 더구나 지금처럼 확실한 우위를 점하는 후보가 없는 경우 투표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는 더 많을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이들의 존재를 대충 짐작할 수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기관이 합동으로 조사해 17일 발표한 전국지표조사(NBS)(지난 14~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2명을 대상으로 조사, 응답률 20.3%,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지지 후보가 있는 응답자 가운데 21%가 지지 후보를 바꿀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여론조사에서 지지 후보가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18%였다. 결국 과거 대선처럼 이번 대선에서도 대략 30%를 훨씬 넘는 유권자들이 지지 후보를 바꾸거나 선거일이 임박해서 지지 후보를 결정할 것이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이런 측면은 야권 후보 단일화 결렬이 일정 수준 대선판을 흔들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 준다.
그래서 국민의힘은 단일화 결렬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가운데 하나는 아직 완전히 결렬된 것은 아니라는 인상을 주는 것이다. 안 후보의 단일화 결렬 이후 국민의힘은 “사실 그동안 안 후보 측과 윤석열 선거대책본부 측은 꾸준히 소통해 왔다”면서 “톱다운 방식은 충분히 가능한 것 아니냐”고 말하고 있는데 이런 언급은 단일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음으로써 부동층의 동요를 최대한 막고, 동시에 단일화를 위한 교섭을 계속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국민의힘은 한편으로는 이런 식의 언급을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유승민 전 의원의 역할을 최대한 활용하는 전략을 펼칠 수도 있다. 유 전 의원은 안철수 후보와 마찬가지로 중도적 이미지가 상당히 강하고, 젊은 층에서 인기가 매우 높을 뿐만 아니라 경제학자 출신이기 때문에 경제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이미지를 유권자들에게 주고 있는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이런 전략이 현재 어느 정도 먹힐 수 있을지는 아직 정확히 판단할 수 없다.
하지만 지난 21일 JTBC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서 발표한 여론조사(2월 19일과 20일 이틀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 응답률 18.3%,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이재명 후보는 34.1%, 윤석열 후보는 42.4%의 지지율을 각각 기록하고 있는데 해당 여론조사의 조사 기간이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결렬 선언 이후를 포함하고 있어서 단일화 여파가 크지 않다는 주장을 할 근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특정 사안이 지지율에 반영되는 시기는 사안 발생 이후 나흘 정도 지난 시점이기 때문에 현재까지 단일화 여파를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다고 할 수 있다.
흔히 정치는 생물이라고 한다. 어느 방향으로 튈지 모른다는 뜻이다. 단일화가 진짜 결렬됐든 앞으로 다시 성사되든 정치는 생물이기 때문에 더욱 흥미로운 것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 yulsh@mju.ac.kr
◇필자 소개
신율 교수는 1987년 고려대학교를 졸업했다. 막스 베버와 훗설 하이데거가 공부하고 교수를 지낸 독일 프라이부르그 대학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통일연구원을 거쳐 1995년 9월부터 현재까지 명지대 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국국제정치학과 부회장 등을 역임했고, KBS 생방송 심야토론 MC,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 MC, YTN '신율의 시사탕탕' MC 등 다양한 언론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