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가전 업계도 전담 조직 신설, 매뉴얼 정비 등 대응에 한창이다. 건설·중공업 등과 비교해 중대재해 발생 가능성은 낮지만 브랜드 이미지 타격은 물론 형사 처벌 부담이 커지면서 준비에 만전을 기한다. 중소가전 업계를 중심으로 원가·인건비 상승에 이어 규제까지 신설되면서 해외로 생산시설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코웨이, 위니아딤채, SK매직, 청호나이스 등 주요 가전업체들은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전담 조직 신설, 안전진단, 매뉴얼 정비 등 대응에 분주하다. 최근 안전사고로 인한 기업 손실이 막대하게 발생함에 따라 예방을 위한 조직과 시스템 정비에 나서지만 전문가 확보 등 어려움도 존재한다.
코웨이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맞춰 별도 전담 대응조직을 구성 중이다. 사업장별 안전 진단과 대응 매뉴얼 강화, 도급사 사업장 안전진단 등 전사 차원 안전관리 강화가 목적이다. 회사는 앞서 지난해 3월에는 안전사고 예방과 교육 등을 전담하는 산업안전 조직을 만들었다.
위니아딤채와 SK매직은 최근 안전경영팀, 중대안전사고대응팀을 각각 신설해 주요 사업장 안전·보건 총괄 관리와 재해 예방 구축 활동에 들어갔다. 바디프랜드는 지난해 중대재해 태스크포스(TF)를 꾸린데 이어 안전보건전담팀을 신설했다. 올해 안전보건경영시스템 구축을 위해 컨설팅을 추진 중이다.
청호나이스도 중대재해 예방 전담기구인 안전보건위원회를 조만간 설립할 예정이다. 쿠첸은 지주사 부방에서 종합계획 수립과 전문 인력 충원을 진행 중이다.
중견·중소 가전사는 대부분 국내에 1~2개 생산시설만 보유한데다 건설, 중공업 등과 비교해 중대재해 발생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화재 등 예상치 못한 변수나 인재로 인해 중대재해 시 형사 처벌은 물론 기업에 유·무형의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는 만큼 관리 부담은 커졌다. 최근 법 시행에 따른 안전관리 전문가 수요가 급증하면서 인력 확보까지 어려움을 겪는다.
가전 업계 관계자는 “정부 법 시행에 맞춰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전문가를 채용해 체계를 마련하지만 시장에 안전관리 전문가 가뭄 현상이 이어져 전반적인 시스템 개선은 시간이 좀 더 걸릴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아파트 붕괴나 대형 공장 화재 사건 등이 기업 브랜드 가치나 주가 등에 엄청난 영향을 주는 것을 확인한 만큼 경각심을 갖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우려도 존재한다. 그동안 가전업계는 해외시장 공략을 강화하면서 상대적으로 운영비를 절감할 수 있는 해외로 생산시설을 많이 옮겼다. 사업 영역 다각화를 목적으로 자체 생산이 아닌 해외 주문자상표부착(OEM) 제품을 공급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갈수록 생산시설 운영비용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규제 리스크까지 덮칠 경우 해외 이전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관계자는 “가전 업계가 중국, 동남아, 중남미 등으로 생산시설을 꾸준히 이전하는 상황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국내 공장을 줄이거나 증설을 재검토하는 우려도 제기된다”면서 “산업계 의견을 수렴해 정부에 꾸준히 완화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요 가전업체별 중대재해처벌법 대응 현황>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