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미리 가 본 미래]〈13〉핀테크 기업의 다양한 신용평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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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은행 문턱이 급격히 높아졌다. 가계부채가 급격히 늘면서 이를 관리하기 위해 부채 한도를 줄이는 등 관리체계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은행 문턱은 원래 서민에게는 높은 것이었다. 별다른 담보물이나 신용도를 확인시켜 줄 직업이 없는 사람에게 은행에서 필요한 금액을 필요한 시기에 대출받는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조가 최근 다양한 핀테크 기술이 대두되면서 크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전통적 금융회사를 통해 대출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군은 고신용, 저금리 이용자가 주를 이룬다. 이에 반해 저신용, 고금리 이용자 경우에는 부실채권 우려 등으로 인해 전통적 금융권에서는 대출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것이 통상적이며 기존 금융권에서도 이들을 위한 대출서비스를 구현하는 것이 오히려 수익적인 면에서 커다란 이익이 없다고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중금리 이용자는 다르다. 중금리 이용자는 대학을 졸업하고 생애 첫 금융거래를 시작하는 사람이라든가, 오랫동안 전업주부로 생활하다 다시 사회 생활을 시작하는 경력 단절 여성, 창업을 시작한 스타트업 CEO 등이다. 이들 고객군은 향후 고신용, 저금리 이용자들로 얼마든지 진화발전할 수 있는 대상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계 설정이 중요한 고객군이다.

핀테크 기업 크리디테크(Kreditech)는 고객이 대출신청을 할 때 대출 약관을 꼼꼼히 읽는지 여부를 통해 신용등급을 추가적으로 평가한다. 통상적으로 대출에 대한 신중함 내지 연체 관리를 엄격히 하는 고객은 대출 약관에 대한 내용을 세심히 읽어본다는 관점에서 시작된 방법이다.

홍콩계 핀테크 회사인 렌도(Lenddo)는 대출 신청자의 페이스북 친구를 대출 심사에 활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대출 희망자 동의를 얻어 해당 고객의 페이스북 친구 계정을 바탕으로 페이스북 친구의 신용등급에 따라 대출 희망자 신용등급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이 역시 대출 부실 여부가 주변 지인 및 동료의 성향을 따라가는 측면이 있음을 고려한 대출 심사 방식이다.

온덱(OnDeck)은 소상공인 대출 심사 과정에서 소상공인 평판을 활용한다. 온덱은 기존 금융거래 실적뿐만 아니라 SNS 및 기타 맛집 정보의 댓글 및 회사 추천 사이트 등에 남겨진 평판 정보를 통해 대출 희망 기업의 신용등급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피코(FICO)라는 회사의 경우, 전혀 금융거래 실적이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신용평가 방법을 고민해 왔다. 피코는 이전에 신용 기록이 전혀 없는 사람이 향후 어떠한 신용등급으로 변화했는지를 설명하는 데 가장 유용한 변수가 통신료, 전기료, 수도료, 임대료 등 어떠한 지불 기록 정보가 유용한지를 판단해 이를 신용도 평가에 활용하고 있다.

신용평가회사 기준으로 중금리 이용자에 해당하는 5~7등급 금융소비자는 전체 고객의 30%를 차지하고 있으며 1400만명에 달한다. 과거에는 이들 중금리 이용자는 제2 금융권이나 사금융을 활용해 대출서비스를 이용해 왔지만 향후에는 핀테크 기업이 중금리 이용자를 다양한 데이터로 선별해 추가적인 대출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으며 현재 국제적으로도 다양한 중금리 이용자 신용등급을 세분화해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이 시도되고 있는 상황이다.

어떤 의미에선 핀테크 기업이 다양한 신용평가 방법론을 적극 개발하려는 것은 기존의 전통적 금융회사와 경쟁을 피해 의미있는 수준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분야를 찾기 위한 노력의 일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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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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