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모빌리티 전환기에 자동차산업 경쟁력 확보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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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재학 한국교통연구원 원장

모빌리티 생태계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배경에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중립 이행, 초지능과 초연결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하는 4차 산업혁명의 진전이 있다.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고 공유하는 소비자 행태도 확산되고 있다. 자율화, 전기화, 공유화 등으로 대표되는 미래형 교통수단 개발과 이를 이용한 소비자 행태의 변화는 모빌리티 생태계에 지각 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탄소배출,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자동차 시장은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와 수소전기차로 빠르게 교체되고 있다. 미국은 충전인프라 투자를 늘리고, 유럽은 점차 내연기관차의 도로운행을 제한하는 강력한 친환경 도심운행규제를 도입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기차 등록대수가 22만 대를 넘었고 수소전기차도 2만 대 이상이 보급되었지만, 아직 미미한 상태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4차산업혁명 기술이 융복합된 자율주행차의 등장으로 차량과 부품 뿐만 아니라, 통신과 도로 등 운행인프라, 모빌리티 서비스 등 자동차 산업 구조가 빠르게 재편 중이다. 자율주행차의 핵심 기술이 기계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바뀌면서, 자동차 산업도 통신과 인프라의 융복합 산업, 서비스업으로 전환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공급망 가치사슬도 수직적 구조에서 서비스 제공 중심의 수평적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 세계 각국은 자율주행차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으며, 새로운 서비스 제공을 위한 시험운행과 실증을 통한 상용화를 통해 자동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을 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은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 지난 2018년 기준 자동차 산업은 제조업의 13.6%, 고용의 11.8%를 각각 차지했다. 자동차 제조·판매·정비업 종사자가 약 36만 명이고, 자동차 연관산업 종사자가 190만명이 넘는다. 자동차의 전동화가 급물살을 타면서 일자리 감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전동화하면서 차량 부품수가 약 30% 줄고 정비와 수리 확률이 낮아지기 때문에 10년 이내 일자리가 25% 사라질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또한 내연기관차와 부품 중심의 자동차 산업구조가 고착화돼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의 미래자동차 산업으로의 전환 속도가 너무 늦는 것도 문제다. 소프트웨어(SW)와 빅데이터 등의 인력 수요는 늘고 있는데 전문인력 교육훈련에 대한 국가적 대응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모빌리티 전환기에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을 위한 종합적인 국가전략이 절실하다.

자동차 제조 기술과 산업생산 능력 확보와 함께, 자율주행차, 전기차와 수소전기차의 운행에 필요한 운행인프라의 디지털화 및 충전인프라 구축, 개인 맞춤형 서비스 요구에 기반한 모빌리티 서비스 산업 혁신 그리고 이들을 지원하는 법규제의 정비 등으로 구성되는 모빌리티 생태계가 우선 구축되어야 한다.

첫째 자동차산업의 구조적 재편이 요구된다.

모빌리티의 전기화, 자율화, 공유화 등 모빌리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자동차산업 구조와 고용 형태를 개선해야 한다. 내연기관차의 시장 축소가 예상되고, 부품, 정비 등의 자동차 산업 비중도 줄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전기차와 수소전기차의 친환경차 산업으로의 전환에 필요한 국고보조금 집중 지원 등 정부정책을 마련하고, 기술 개발과 인력 양성 등의 산업 기반 조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

자동차 자율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지만 산업구조는 아직까지 하드웨어(HW) 중심으로 돼 있어 기술 확산 속도가 늦다. 데이터, 사이버보안, 통신 등 SW 기술과 인력을 육성해야 한다. 초연결성을 바탕으로 한 서비스 플랫폼을 통해 수요자 중심의 새로운 모빌리티가 등장하고 있지만 기존 버스·택시 산업 종사자와의 갈등과 일자리 감소 우려는 시장 창출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정보기술(I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서비스 공급과 수요의 균형점을 찾고, 일자리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

둘째 도로 인프라의 디지털전환이다.

자율주행차는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차량의 센서 뿐만 아니라 도로와 교통 정보를 활용한다. 또한, 도로를 운행하면서 다양한 차량 안전 정보를 생성한다. 자동차와 도로의 정보 연결은 필수이며,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도로 시설이 통신기술과 결합된 디지털화가 수반 되어야 한다.

자동차 빅데이터는 도로 운행을 더 안전하게 하는 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도로 이용자의 수요를 파악할 수 있고, 자동차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데 활용될 수 있다. 그러나 디지털전환을 위한 데이터 표준과 개인정보 보호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차량과 도로인프라 간 자율주행 표준 데이터 플랫폼을 마련해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관리해야 한다. 개인 정보가 침해받지 않으면서 안전을 향상시키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절실하다.

셋째 국민 체감형 모빌리티 서비스 기반 시장 창출이다.

모빌리티의 궁극적인 목적은 국민의 교통 이동권을 확보하고 교통안전을 보장할 수 있도록 기술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자율주행차 등 미래 모빌리티에 관한 관심이 높고, 기술 개발과 서비스 실증이 다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아쉬운 점은 국민 혹은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역별로 차별화한 교통환경에서 이용자의 모빌리티 수요를 파악해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서비스 실증을 하고, 이를 기반으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다가오는 10년은 모빌리티 전환에서 결정적 시기로 전망되고 있다. 내연기관차 중심 자동차 연관 산업은 점차 붕괴하고 자율주행차와 전기차 중심 시장과 산업은 증대돼 가는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 시장이 출현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가 자동차 제조업 강국의 글로벌 위치를 계속 유지하려면 자동화, 전기화, 공유화 등을 기반으로 하는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과 이를 선도하기 위한 종합적 국가전략이 절실한 시점이다.

오재학 한국교통연구원 원장 jhoh@kot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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