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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미국 반도체 파운드리 2공장 부지로 사실상 텍사스주 테일러시를 결정한 건 투자에 대한 세금 감면 등 '인센티브'가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와 인센티브 줄다리기 협상을 끌어온 오스틴시보다 파운드리 공장 유치에 속도전을 펼친 테일러시가 더 매력적이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10억달러 규모 인센티브 원했던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올해 초부터 미국 내 파운드리 공장 신설을 위해 각 주정부 등과 적극 협의해왔다. 후보군은 텍사스와 뉴욕, 애리조나 등 5곳이다. 특히 오스틴과의 협상이 상당 기간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 1월 미 텍사스 주정부 회계감사관실 문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스틴에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을 위해 약 10억달러 수준 혜택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 협상 주체 중 하나인 트래비스 카운티 등에 20년간 재산세 100%를 감면해달라는 것이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7억1800만달러 규모다. 여기에 더해 지역 경제 개발 명목으로 세금 우대하는 '챕터 313'에 따라 2억5290만달러 정도 세금 감면을 요청했다.

그러나 오스틴 측은 이러한 혜택이 과도한 것으로 판단했다. 오스틴은 약 15년(2024~2038년) 동안 2억8500만달러 감세가 적당하는 유권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는 삼성에 필요한 수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인센티브 수준을 놓고 지루한 '밀당'을 해온 오스틴과는 달리 테일러시는 '러브콜'을 이어왔다. 삼성전자가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공장을 설립하기 위한 협상 주체는 테일러시, 윌리엄슨 카운티, 테일러시 독립교육구(ISD) 3곳이다. 이중 테일러시와 윌리엄슨 카운티는 9월 삼성전자 공장 건설에 관한 인센티브를 승인했다. 테일러시는 10년간 재산세 92.5%, 이후 10년은 90%, 추가 10년은 85%를 보조금 환급 형태로 감면하겠다는 게 골자다. 윌리엄슨 카운티도 첫 10년간 90%, 그 다음 10년은 85%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IT전문매체 샘모바일은 테일러시 인센티브를 통해 삼성전자는 최초 10년 동안 약 3억1400만달러 혜택이 돌아온다고 추산했다.

또 다른 협상 주체인 ISD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ISD는 챕터 313에 따라 삼성전자에 인센티브로 2억9200만달러 감세를 통과시켰다. 삼성전자가 오스틴 매너교육구에 요청한 2억5290만달러보다 큰 규모다. 최종적으로 삼성전자가 원했던 20년간 10억달러 수준 인센티브는 어느 정도 충족된 것으로 보인다.

◇쉬운 오스틴 증축보다 인센티브·리스크 회피 선택

파운드리 공장 운영 리스크를 줄이는데도 테일러시가 좋은 선택지다. 지난 2월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은 전례 없는 한파로 도시 전력과 용수 공급이 제한받은 바 있다. 삼성전자 공장도 일시 가동을 멈췄는데 이때 입은 손해가 약 4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이 사고로 텍사스 전기신뢰성위원회(ERCOT) 대표 교체가 이뤄지고 임시 협의체가 구성되기도 했다. 여기에 존 테일러 삼성전자 오스틴 반도체 팹 엔지니어링 및 홍보담당 부사장이 합류했다. 오스틴 공장의 전력 수급 문제가 삼성전자에도 중대 이슈였던 것이다.

삼성전자에 공장 운영 안정성 확보는 절대적인 문제다. 이 때문에 제2공장을 오스틴에 두는 것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에 테일러시는 인센티브 제공안을 승인하며 용수와 전력 등 전방위적 인프라 지원을 약속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오스틴 공장 증축이 더 유리하다. 이미 파운드리 생태계를 위한 소재·부품·장비 협력사 생태계가 갖춰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테일러 쪽으로 기운 것은 지리적 인접성 덕분에 큰 문제가 없다는 점도 작용한 듯하다.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과 테일러 부지는 약 40㎞ 떨어져 있다. 오스틴 시에 적을 둔 한 삼성전자 협력사 관계자는 “시간상으로 30분~1시간 안팎으로 테일러 시에 접근할 수 있어 기술 지원 등에 문제가 없다”면서 “테일러 시가 확정되더라도 오스틴 시에서 충분히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투자 압박도 투자지 확정에 영향

삼성전자를 둘러싼 시장 상황도 오스틴과 지지부진한 협상을 이어가기엔 급박했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에 자국 내 공장 건설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미 상무부는 반도체 공급망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명목으로 반도체 관련 기업에 영업 비밀을 포함한 각종 정보를 요구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통해 삼성전자를 포함한 반도체 회사들을 대미 투자를 우회적으로 압박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경쟁사의 움직임도 재빨랐다. TSMC는 미국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발표하고 인텔 역시 이미 미국 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미국 시장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신속한 파운드리 투자 결정이 요구됐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총수 부재로 인한 경영 공백이 없었다면 오히려 지금보다 더 빨리 미국 파운드리 공장 건설을 결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테일러시 선정과 관련해 “투자 공시 전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파운드리 공장 투자에 대한 구체적인 확정안을 이르면 24일 공식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