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떠오르는 인플레이션 이슈 가운데 그린플레이션도 있다. 친환경 정책으로 원자재 가격이 올라가고, 이것이 물가 인상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에 고민이 깊은 기업가라면 직관적으로 공감하는 용어가 아닐까 싶다. 비즈니스가 이윤 추구를 영위함에 앞으로 절대 간과해선 안 될 사회적 책임이 더해지면서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기업뿐만 아니라 모든 소비자와 국민에게도 부과된다.
기존의 '기업의 사회책임'(CSR)과 뭐가 다르기에 이렇게 비용이 더 많이 드는 것일까. CSR가 사회에 공헌하고 그 결과를 알리는 것이라면 ESG는 각 과정이 어떻게 잘 지켜지는지를 지속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결과만 좇던 지난날과 다르게 이제 투명하고 공정한 과정을 드러내고 보여 줘야 한다.
기업 전반의 프로세스와 심지어 거래처와 프로세스를 모두 수면 위로 드러내고, 그 과정이 투명하게 지키는 것이 막막하고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될 수 있다. 먼저 이러한 과정들이 디지털화돼 디지털에서 관리되는 것이 첫걸음일 것이다.
프로세스를 디지털화하는 것부터 시작하기를 권해 볼 수 있다. 현재 기업들 사이에는 사무업무자동화(RPA)라는 기술이 매우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RPA의 기본 원리는 사무직원의 업무 프로세스를 디지털로 작성하고 이를 자동화하는 것이다.
RPA에서는 소프트웨어(SW) 로봇이 동작하면서 사무직원들의 지루하고 반복적인 업무를 자동으로 수행해 준다. 다만 이들 로봇은 사람이 시킨대로만 일을 수행하기 때문에 사람의 업무방법과 순서가 모두 디지털로 쓰이고 관리된다. 현재 RPA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양의 업무가 이렇게 디지털화·자동화되고 있다. 자동화 과정에서 업무 프로세스가 효율적으로 개선되고 업무 시간도 줄어드는 효과를 얻기도 한다. 한 예로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경우 1년에 500만시간에 해당하는 업무를 RPA로 절감하고 있다.
디지털화·자동화된 프로세스는 SAP 또는 엑셀 같이 업무에 사용되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앱)이나 기술과 결합될 때 그 파워가 배가된다. 기존의 자동화된 프로세스에 광학식문자판독기(OCR)나 딥러닝을 결합하면 수많은 거래처와 종이문서로 관리하던 인보이스를 모두 읽어서 디지털로 처리할 수 있다. 실제 사내 종이서류를 없애는 페이퍼리스(Paperless) 문화 확산에 RPA와 OCR의 조합이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측정할 수 없으면 개선할 수도 없다'는 유명 기업인의 말처럼 측정도 디지털화 및 자동화의 한 부분이다. RPA와 프로세스 마이닝이 짝꿍처럼 함께 다니는 이유다. 프로세스 마이닝 개념은 20여년 전부터 등장했다. 데이터 분석으로 기업의 업무 프로세스 전반을 건강검진하듯 체크하는데 사용된다. 여러 부서의 업무가 서로 패브릭처럼 얽혀 있는 가운데 혹시 너무 지나친 비생산적인 프로세스는 없는지, 의도치 않게 컴플라이언스 위반이 생기는 프로세스가 있는 것은 아닌지 등을 주치의 또는 사내 법무팀처럼 지켜보는 것이다.
지금껏 사용하지 않던 근육을 쓰면 몸이 매우 불편하듯 들여다보지 않던 프로세스를 체크하고 개선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ESG가 당장 큰 숙제로 다가왔듯 우리는 앞으로 생활의 많은 영역에서 결과보다 과정을 지켜봐야 하는 시대를 맞을 것이다. 프로세스의 디지털화는 비단 ESG를 지키는데 사용될 뿐만 아니라 우리가 지켜야 하는 모든 과정을 드러내고 개선할 수 있는 힘을 준다. 좀 더 나은 세상으로 한발 나아가는 곳으로 디지털 기술의 힘이 향하기를 바라 본다.
박혜경 유아이패스코리아 대표 rose.park@uipat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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