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국무회의에서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의결·확정됐다.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를 감축하고 2050년까지 감축량을 제외한 순배출량을 0에 도달하는 계획이다. 이를 달성하는 주요 수단 가운데 하나로 수소경제도 포함하고 있다.
특히 전환·산업·수송 등의 탈탄소화를 위해 2020년 22만톤인 수소 수요도 2030년 390만톤, 2050년 2750~2920만톤으로의 확대가 전망된다. 정부는 2030년 수소 수요의 50%, 2050년에는 100% 청정수소로 공급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재생에너지 연계 수전해 그린수소 생산 규모를 2030년 25만톤에서 2050년 300만톤, 탄소포립기술과 연계된 블루수소도 2030년 75만톤에서 2050년 200만톤으로 각각 확대할 것을 천명했다. 탄소중립 달성이라는 정책적 필요성으로 말미암아 국내 수소경제는 결국 청정수소 중심의 수소경제로 빠르게 전환해야 할 과제를 부여받았다.
수소경제는 기업들이 수소라는 상품 중심으로 영위하는 경제적 활동, 즉 수소 비즈니스의 총합이다. 본질적으로 수소 비즈니스의 주체인 민간기업이 주도하는 시장주도형 체제로 전환될 수밖에 없는 숙명을 안고 있다. 마찬가지로 청정수소 생산·확대도 시장주도형 수소경제 기조 아래에서 민간기업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높은 생산원가로 말미암아 청정수소가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충분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만만치 않아 민간투자가 활성화되지 못한 상황이다. 결국 탄소중립 추진과 정부의 청정 수소경제로의 전환 의지를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실제 민간기업들이 청정수소 비즈니스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에 대한 제도적·정책적 지원방안 마련이 시급히 요구된다.
무엇보다 청정수소 생산방식을 구체적인 기준을 바탕으로 확정하는 '한국형 청정수소 인증제' 가 필요하다. 유럽연합(EU)은 이미 2014년부터 그린·저탄소 수소를 인증하는 체계를 마련, 올해 법제화를 앞두고 있다. 중국도 2020년 청정수소 인증 국가표준을 제정한 바 있다. 일본 역시 2018년부터 아이치현이 저탄소 수소 인증제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전국 단위로의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다행히 이들 국가도 아직 도입 초기 단계다. 국내 상황에 적합한 한국형 청정수소 인증제가 조속히 마련될 경우 청정수소 국제 표준 제정 등을 우리가 선도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히 남아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 가장 기초가 되는 청정수소의 조작적 정의 단계부터 관련 이해당사자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논의 플랫폼을 통해 중지를 모을 필요가 있다.
청정수소 인증제는 그 자체로 친환경 인증마크와 같은 역할을 해서 소비자 구매행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만큼 청정수소 비즈니스를 간접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 그러나 간접적인 지원 수단만으로 단기간 내에 청정수소 산업을 육성하는 것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그 대신 좀 더 직접적인 지원을 통해 산업적 기반부터 확보하는 것이 현시점에는 더 절실하다.
이 같은 요구를 반영해 인증된 청정수소를 발전용·수송용으로 판매·사용을 의무화한 3개 수소경제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청정수소 판매·의무사용 규정이 법제화될 경우 청정수소는 높은 생산단가로 말미암은 수익성 약점에도 일정 정도 시장 형성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다. 다만 청정수소 인증제 및 의무 판매·사용제가 대규모 투자 등을 끌어내는 청신호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명확하면서도 일관된 정부의 정책 의지에 대한 기업들의 신뢰가 뒷받침돼야 한다. 이를 위해 조기에 관련 법적 근거를 마련, 명확한 정책 방향을 기업에 제시하는 등 기업도 충분히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현재 국회에 묶여 있는 수소경제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는 그래서 절실히 필요하다. 입법부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한다.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fisherkjk@keei.re.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