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플러스글로벌, 반도체장비 클러스터 운영…R&D·성능평가 '글로벌 허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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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플러스글로벌 반도체장비클러스터 2층 전시장에서 김정웅 대표가 고객들에게 Track 반도체장비를 설명하고 있다.

“반도체 중고장비 유통 사업에 21년 동안 몸담으면서 지난 2006년부터 가슴 한편에 소중하게 품어온 '반도체 장비 클러스터' 꿈을 15년 만에 실현했습니다. 클린룸·항온항습 창고·리퍼비시 베이·사무실·제조시설 등 다섯 가지 기능을 한 공간에 구현, 반도체 장비 산업 생태계 조성에 이바지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김정웅 서플러스글로벌 대표는 “반도체 장비 클러스터가 중고 장비 유통을 넘어 연구개발(R&D), 소부장 성능평가, 장비 및 부품 제조, 교육 등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허브로서 역할을 할 중요한 인프라를 올해 모두 갖추는 만큼 내년부터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고 말했다. 국내외 고객에게 원스톱 솔루션을 제공, 반도체 소부장 산업 경쟁력을 키우고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회사 반도체 장비 클러스터는 300㎜ 전 공정 장비를 비롯한 1000대 중고장비를 활용해 독특하고 신속한 소재 개발과 전기 테스트 역량을 소부장 기업에 지원하는 테스트베드 역할을 자처한다. 정부 주도 반도체 테스트베드는 기업 수요를 충족하기에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장비를 별도 구매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기업을 위해 서플러스글로벌이 보유한 중고 장비와 양산팹을 언제든지 제공해 한국 반도체 생태계 조성에 일조할 계획이다.

회사는 테스트베드 지원을 넘어 반도체 장비 트레이닝(교육) 기회도 제공한다. 현재 유수 반도체 장비 기업의 트레이닝 센터는 폐쇄적으로 운영, 외부 인력이 장비 교육을 받을 만한 곳이 마땅치 않다. 서플러스글로벌은 클러스터 설비를 외부에 개방해 반도체 장비 교육 지원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서플러스글로벌은 2020년 4월 반도체장비 클러스터 착공식을 가진 지 약 1년 3개월 만에 지난 8월 용인 신사옥 시대를 열었다. 현재 건물 내부 공사를 마무리하고 클러스터에 입주할 20~30개 소부장 기업 맞이를 준비하고 있다.

김 대표는 “창업 이후 회사가 21년 동안 '제 1막 시대'에 살았다면 올해 용인 신사옥 이전 계기로 '제 2막 시대'를 열게 됐다”면서 “글로벌 반도체 중고장비 플랫폼을 토대로 클린룸 등 기초 인프라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잘 활용해서 미래 신사업을 발굴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회사는 반도체 장비 클러스터 조성과 함께 올해 사상 처음 연매출 목표 2000억원을 달성, 글로벌 반도체 중고 장비 1위 기업으로서 입지를 확고히 다질 전망이다. 회사는 글로벌 반도체 경기가 활기를 띠면서 중고 장비 수요가 증가해 올 상반기 작년 연매출(약 1250억원)에 근접하는 약 1240억원을 기록했다.

김 대표는 “이미 제조업 진출에 필요한 장비 발주는 나갔다. 박막 테스트 웨이퍼 생산은 내년 초부터 시험생산을 시작한다”면서 “고품질 300㎜ 박막 테스트 웨이퍼는 CMP(화학기계연마) 관련 회사들이 많이 필요로 하고 있다. 특히 국내 소부장 회사들 대다수가 수급에 매우 어려움을 겪는 아이템이다. 점진적으로 공급 범위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300㎜ 박막 테스트 웨이퍼 양산 팹에서 장비를 계속 가동하면 팹 데이터들을 계속 뽑을 수 있고 연구인력은 정확한 데이터를 토대로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다”면서 “국내 소부장 기업 R&D에 필요한 클린룸과 중고장비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계측서비스를 제공해 한국 소부장 기업들의 중요한 인프라로 자리매김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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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장비 클러스터 내부에 위치한 중고장비 데모실 전경.

◇민간 영역에서 반도체 장비 클러스터 첫 조성

서플러스글로벌은 연면적 2만1000평(약 6만9000㎡) 규모에 달하는 반도체 장비 클러스터를 완공, 연말 목표로 내부 시설 마무리에 힘을 쏟고 있다. 사옥은 지상 6층이다. 2차 사옥 증축도 계획하고 있다. 향후 총 건평 5만평까지 늘릴 계획이다.

신사옥은 중고장비를 보관하는 항온항습 창고, 클린룸, 교육센터, 장비 데모, 리퍼비시(장비 재정비), 제조시설, 사무공간, 식당, 휴게실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특히 3000평까지 클린룸을 추가할 수 있다. 현재 800평 규모의 클린룸 시설을 이미 완비했고, 단계적으로 증설할 계획이다.

수용 인원은 최대 500명이다. 서플러스글로벌과 계열사를 포함한 인력이 100여명에 불과해 300여명 가까운 외부 인력과 20~30개 기업이 반도체 클러스터에 입주를 완료하면 반도체 장비와 부품 생산, R&D에 특화한 국내 최대 민간기업 주도형 거점이 된다. 주차 공간은 400대에 달한다. 삼성·SK하이닉스 등과 한 시간 이내 거리에 클러스터가 위치해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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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웅 서플러스글로벌 대표

◇김정웅 서플러스글로벌 대표 '일문일답'

-15년 만에 반도체 장비 클러스터 조성 꿈을 실현한 소감은.

▲반도체 장비 클러스터 모습을 보면 가슴이 벅차오른다. 중소기업 입장에서 그동안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다듬어 가는 과정 하나하나가 굉장한 도전이었다. 흥분도 되지만 다른 한편으로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든다.

약 1000억원 이상을 선투자한 상황이고 수천억원대 가치의 반도체 중고 장비가 보관돼 있다. 향후 수천억대의 투자가 단계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지금까지 반도체 중고장비의 글로벌 플랫폼을 만들어왔다면 이제부터 더 나아가 반도체 중고장비, 부품, 연구개발을 아우르는 글로벌 플랫폼을 만들어 갈 계획이다.

-클러스터를 장비·부품·개발 플랫폼으로 구축하는 이유는.

▲기존 글로벌 네트워크, 클러스터의 중고장비와 클린룸 인프라를 공유하면 부품과 연구개발 분야에서 커다란 혁신을 가져올 것이다. 전 세계 200㎜팹들은 장비와 부품 수급이 되지 않아 폭주하는 주문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200㎜부품시장의 글로벌 플랫폼을 만들어 신규사업으로 진출하고, 기존 장비 판매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급성장하는 200㎜반도체 장비 부품시장에 수월하게 진출할 수 있다. 부품기업에 중고장비와 클린룸 환경을 제공해 성능평가를 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국내외 시장에 공동 진출한다.

클러스터를 중고장비를 활용한 저비용·고효율의 연구개발 플랫폼으로도 활용한다. 다수 소부장 기업들이 고가 장비를 구매하지 못해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성능평가가 어려워 사업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고장비를 잘 활용한다면 시설투자 비용을 50~90%까지 줄일 수 있다. 그래서 IMEC, 인터몰레큘러,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메타센터 등 반도체 테스트베드 서비스로만 수익을 내는 해외 민간기관을 오랜 기간 벤치마킹했다.

박막의 전기적 분석기술을 바탕으로 반도체 소재, 장비 부품 성능평가와 테스트 웨이퍼 제조로 시작해서 장기적으로는 중고장비를 활용해 종합적인 연구개발 파운드리 서비스 모델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반도체 장비 클러스터 입주 현황은.

▲회사는 산업단지 인허가를 현재 마무리하는 단계에 있다. 국내·외 반도체 기업들이 내년 초부터 입주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입주기업들은 클러스터를 교육센터, 연구개발 센터, 데모, 제조 등 다양한 공간으로 활용한다. 내년 상반기 내 20~30개 입주기업 대부분이 확정될 것이다.

글로벌 반도체 장비 업체는 물론 국내 반도체 장비 기업들과 만나 다양한 협업 방식을 놓고 입주 계획을 이미 나눴다. 반도체 장비 클러스터에 이미 보유 중인 300㎜ 전공정 장비 등 1000대 이상 중고장비를 활용하고 반도체 클린룸 등에 추가 시설투자를 부담스러워하는 기업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클러스터 입주기업과 협력해 성공 사업 모델을 만들기 위해 전체 공간을 단순한 사무공간이 아닌 심리적으로 개방적이면서 재미있는 요소들을 가미한 창의적 공간으로 꾸몄다. 공간 임대사업 틀을 벗어나는 데 역점을 두고 천장높이·바닥 자재·외벽 유리·색상 등을 직접 디자인했다.

-중고장비 유통에서 제조업 진출 등 신규사업은.

▲그동안 반도체 중고 장비 거래로 축척한 인프라와 반도체 장비에 대한 공정 운영 지식을 활용해 올해 웨이퍼 제조업에 처음 진출하기로 했다. 반도체 양산에 사용했던 공정 장비를 운영해 300㎜ 박막 테스트 웨이퍼를 제조하고 박막의 전기적 분석을 통해 장비와 소재 성능 평가 서비스까지 제공이 가능한 사업이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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