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삶의 영역이 고도화되고 분화된 선진국일수록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서비스 산업 중요성은 커진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서비스 산업은 전체 부가가치의 60%, 고용의 70%를 차지(기획재정부, 2017년)하며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OECD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보면 부가가치 비중은 10~20P%, 고용 비중은 5~10P% 격차를 보이고 노동생산성도 제조업 절반 수준(50.3%)에 머물고 있다. 물론 서비스산업은 매우 다양하고 광범위한 분야를 포괄하지만 필자가 몸담고 있는 지식재산(IP) 서비스도 그러한 취약성에서 예외가 아니다.
제조 혁신, R&D 투자 증가,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전환, 비대면 환경 일상화, 디지털 전환 등 산업 패러다임 전환에 따른 국가 기술경쟁력 확보에 필수 기술·지식 기반 서비스 산업에 우리나라 미래가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2020년 글로벌 S&P500 기업 가치에서 IP를 비롯한 무형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90%를 넘어서는 등 세계 경제에서 그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IP 창출·보호·활용을 지원하는 IP서비스 산업은 시장 촉매이자 윤활유로 그 역할이 급속히 커지고 있다. IP·기술에 기반해 제품을 개발·생산·판매하고 그 과정에서 관련 기술을 향상시키거나 거래·금융·투자·경영자문 등을 통해 'IP·기술 사업화'를 촉진하는 것도 대표 IP서비스 중 하나다. 바로 이것이 IP·기술의 실질적인 활용과 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필수라는 것이 이제 산업계 상식이 됐고 이는 지난 10여년간 미국의 경제·산업정책이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를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미국 상공회의소 산하 세계혁신정책센터(GIPC)가 실시한 2020년 국제지식재산지수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시스템 효율성, 특허권, 상표권, 저작권, 디자인권 등 제도적 측면에서는 10위 이내로 강점을 보인 반면에 IP 사업화 분야는 50개국 중에서 31위의 낮은 평가를 받았다. 이는 IP·기술 사업화 분야의 각종 후진적 규제, 그 중요성에 대한 인식 및 투자 부족, 전문인력 부재, 단순 용역으로 치부돼 적정대가를 지급하지 않는 현실 등 우리나라의 열악한 IP·기술 사업화 정책 환경을 고려할 때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특히 국내 IP·기술 사업화를 위해 이전·거래·금융 등 목적으로 수행하는 IP·기술 평가 업무에 대한 규제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선진국에서는 경영·기술·IP·금융·법률 등 다양한 전문가들에 의해 시장 트렌드 및 수요·공급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이루어지는 IP·기술 평가를 하기 위해서 각종 정부 지정을 받아야 하거나 신용정보보호법, 상속법 등 여러 법령상에서 IP·기술 평가를 수행할 수 있는 주체를 특정하는 등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후진적이고 불필요한 규제들이 난립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참담한 현실이다. 더구나 최근에는 이를 놓고 특정 직역단체들 간 다툼이 일어나 법 개정을 놓고 소동을 벌이는 등 세계 시장의 흐름과는 동떨어진 모습을 보이고 있어 더욱 우려스럽다.
대한민국은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 이미 접어들었으며 경제 규모는 세계 10위에 해당한다. 2021년 7월에는 국제연합무역개발협의회(UNCTAD)로부터 선진국 지위를 인정받았으며 전통적 제조업 외에 K-팝, K-콘텐츠, 디지털서비스 등 여러 서비스 산업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듯 우리나라 서비스 산업의 성장 잠재력이 높음에도 난립하고 있는 관련 각종 규제와 장벽은 서비스 산업 성장을 가로막고 있으나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실질적인 역할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경제 확대는 산업 패러다임의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으므로 이에 부응해 서비스 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법과 제도를 마련하고 종합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국가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국회·정부·서비스 산업계가 공감대를 형성해 10년 이상 답보상태에 있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 어느 석학 말처럼 대한민국은 힘(Brawn)보다는 지식(Brain)이 필요하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토대 위에서 IP·기술 사업화 등 IP서비스 산업 육성을 위한 제 법령이 새로이 제정되고 과감한 규제 혁파, 투자 확대, 전문인력 양성을 통해 21세기 세계시장을 이끌 수 있는 선진화·글로벌화를 이룰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하청일 한국지식재산서비스협회 미래준비위원장·테크란 대표 E. ciha@tech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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