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폴더블 유리' 내재화 업계 파장은?

삼성전자가 폴더블 유리를 자체 개발한 건 폴더블 스마트폰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스마트폰 제조사지만 메탈 케이스나 카메라 모듈 등 핵심 부품은 자체 생산을 병행하고 있다. 스마트폰 가치나 품질을 좌우할 핵심 기술들을 확보해 경쟁사와 차별화하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삼성디스플레이를 자회사로 두고 있기 때문에 폴더블 유리 수급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이 점차 확대되면서 다변화가 필요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갤럭시Z플립에 적용된 폴더블 유리 단가는 장당 40달러로 전해졌다. 이는 일반 스마트폰용 강화유리 대비 약 20배 비싼 것이다.

폴더블 유리는 제조가 까다로워 수율이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디스플레이 폴더블 유리 협력사인 도우인시스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6배가량 늘어난 540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6억6000만원)을 벗어나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가격 경쟁력 강화와 부품 수급 안정화 필요성이 커지면서 자체 개발에 뛰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본지 2020년 4월 3일자 1면 톱, 2020년 8월 31일자 2면 톱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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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폴더블 유리 개발은 업계 적잖은 파장을 낳을 전망이다. 당장 삼성디스플레이에 부담이 생겼다. 삼성전자는 현재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유일하게 폴더블 스마트폰을 대량 양산 중인 기업이다. 폴더블폰 판매량은 올해 약 10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 물량을 독점 공급했다. 폴더블 패널(OLED)에 폴더블 유리를 추가하며 고부가가치를 창출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폴더블 유리(UTG)를 뺀 폴더블 패널만 공급하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폴더블 유리(FTG)와 경쟁해야 해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다른 스마트폰 업체에 폴더블 패널과 폴더블 유리를 공급하며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라는 경쟁자의 등장으로 전략 고객사 물량이 줄어들 변수가 생겼다.

이번 삼성전자의 폴더블 유리 상용화는 또 투명 폴리이미드(PI) 업계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 SKC, 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은 투명 PI로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 공략을 준비했다. 디스플레이를 접었다 펴게 될 경우 유리는 깨지거나 부러질 수 있기 때문에 내구성 강한 투명 PI 사업을 추진했던 것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첫 번째 폴더블폰 '갤럭시폴드'에는 투명 PI가 사용됐다.

그러나 삼성디스플레이가 폴더블 유리를 출시하고 삼성전자도 이를 채택하면서 투명 PI의 입지가 축소됐는데, 이제는 삼성전자가 직접 폴더블 유리를 개발해 투명 PI 업계 부담은 더 가중될 전망이다. 투명 PI는 롤러블과 같은 차세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폼팩터에 적용될 기회를 노려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폴더블 유리 개발 사정에 밝은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폴더블 유리도 생산 초기 단계여서 수율이 관건”이라면서 “하지만 폴더블 유리도 이제 경쟁 체제로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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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행사에서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이 폴더블 스마트폰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사진=삼성전자>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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