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단가 100% 적용땐 13.8원 인상
연료비 상승분 4분의 1 수준 못 미쳐
정부, 약 반년간 전기요금 상승 억제
한전, 3조원대 적자 전망…재무 악화
# 정부와 한국전력이 4분기 전기요금을 인상하기로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지난해 전기요금 수준으로 '원상복구'되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1년 새 유연탄, 액화천연가스(LNG), 유가 등 원료비가 급등했지만 상승분을 전기요금에 반영하지 못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4분기에 전기요금을 인상하더라도 원료비 상승과 신재생에너지 투자에 따른 한전 누적 적자는 보전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기요금 지난해 수준 '원상복구'…급등한 연료비 반영 못 해
정부와 한전은 2021년 10~12월 연료비 변동분을 반영한 4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산정 단가 내역을 ㎾h당 0.0원으로 책정했다. 지난 분기 ㎾h당 -3원이었던 것과 비교해 ㎾h당 3원 인상했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산과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이번에도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하기 위한 '유보권한'을 발동할 우려가 나왔었지만 최근 급등한 연료비를 요금에 반영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연료비 조정단가는 직접 3개월간 평균 연료비인 '실적연료비'에 직전 1년간 평균 연료비인 '기준연료비'를 차감하고 변환계수를 적용해 산정한다. 지난 1분기보다는 전기요금이 인상됐지만, 실질적으로는 지난해 전기요금을 '원상복구'하는 수준에 그쳤다. '연료비 조정요금(연료비 연동제)'의 소비자 보호장치에 따라 연료비 상승분을 전기요금에 온전히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은 지난해 연료비 조정요금을 신설하면서 조정요금을 최대 ㎾h당 5원 범위 내에서 직전 요금대비 3원까지만 변동 가능하도록 전기요금 조정범위를 제한하는 소비자 보호장치를 마련했다. 오는 4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산정 기준 기간인 지난 6~8월 유연탄·LNG·벙커씨(BC)유가 모두 전 분기 대비 급등했다. 전기요금 상승 압박은 커졌지만 이를 이번에 온전히 반영하지는 못했다.
한전은 23일 “4분기 연료비 단가는 석탄, 유가 상승에 따라 ㎾h당 13.8원 급등했으나 소비자 보호장치 중 하나인 분기별 조정폭(㎾h당 3원)이 작동해 ㎾h당 0원으로 조정됐다”고 밝혔다.
실제 4분기 전기요금 산정 기준이 되는 실적연료비는 ㎏당 355.42원으로 기준 연료비(㎏ 당 289.07원)와 비교해 ㎏당 66.35원 상승했다. 변환계수를 곱한 연료비 조정단가는 ㎾h당 13.8원이다. 연료비를 온전히 반영하면 전기요금이 ㎾h당 13.8원 인상돼야 하지만 정부의 조정장치로 인해 4분의 1 수준도 반영하지 못했다.
◇정부 '유보권한'으로 연료비 상승 압박 누적…한전 재무에 치명타
문제는 정부가 '유보권한'을 두 차례 발동하면서 반년간 연료비 상승분을 전기요금에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 2분기와 3분기 유보권한을 발동해 연료비 상승이 따른 전기요금 조정을 막았다. 지난 1분기에는 기준연료비(289.07원)보다 실적연료비(225.05원)가 낮아 지난해보다 하향한 전기요금을 그대로 적용한 셈이다.
하지만 그사이 전기요금 상승의 기준이 되는 유연탄과 LNG, BC유 가격은 무섭게 상승했다. 지난 1분기 연료비 산정의 근거가 되는 지난해 9월에서 11월 평균 유연탄(관세청 세후무역통계가격 기준) 가격은 ㎏당 108.65원이었지만 지난 6월에서 8월에는 평균 ㎏당 151.13원으로 39.1% 상승했다. 같은 기간 LNG 가격은 ㎏당 350.24원에서 601.54원으로 71.8%, BC유 가격은 373.33원에서 574.40원으로 53.9% 증가했다. LNG를 제외하고는 매 분기 원료 가격이 상승했다. 이를 근거로 한 실적연료비도 지난 1분기 225.05원에서 4분기 355.42원으로 57.9% 증가했다. 현행 전기요금 체계에서는 매 분기 급등한 연료비 상승분을 반영해도 전기요금이 현실화되기 어려웠다. 약 반년간 연료비 상승을 억제하면서 연료비 상승 충격은 누적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전기요금 '찔끔' 인상이 구조적으로는 한전의 재무구조를 악화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조9515억원의 흑자를 냈던 한전은 올해 3조2677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적자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했다. 당초 지난해 전기요금체계를 개편하면서 한전 재무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과는 반대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현재 전력판매량보다 발전단가가 더 빨리 증가하는 상황으로 한전 입장에서는 비싼 전기가 많이 팔리는 구조”라면서 “한전 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으로 오는 4분기 전기요금을 (지난해 수준으로) '원상복구' 하더라도 적자 방어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