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첫 공식 일정에서 3만개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다.
삼성은 국무총리실과 14일 서울 역삼동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 서울 캠퍼스에서 '청년 희망 ON' 프로젝트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청년 일자리 창출 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행사는 이 부회장이 출소 후 한 달여 만에 참석한 첫 외부 일정이다. 삼성에서는 이 부회장을 포함해 성인희 사장, 이인용 사장 등이 참석했다. 정부 측에서는 김부겸 국무총리,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등이 자리했다.
SSAFY는 삼성이 2018년 발표한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방안'으로 시작했다. 만 29세 이하 취업준비생과 졸업예정자를 대상으로 12개월간 운영하는 취업 연계형 소프트웨어(SW) 교육 프로그램이다.
이날 행사는 삼성이 정부 일자리 창출 프로그램 '청년 희망 ON' 프로젝트 두 번째 협약 기업으로 선정되면서 마련됐다.
청년 희망 ON 프로젝트는 김 총리가 취임 직후 추진한 청년 일자리·교육 기회 창출 사업이다. 정부가 맞춤형 인재 양성에 필요한 교육비 등을 지원하고, 기업은 청년에게 일자리와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
삼성은 이번 협약으로 내년 SSAFY 교육생을 기존 대비 두 배 늘린 2000명 이상으로 증원한다. 또 C랩 아웃사이드·스마트공장·지역 청년 활동가 지원 사업 등으로 연간 1만개, 3년간 총 3만개 청년 일자리 창출 효과를 약속했다. 이를 통해 3년간 직접 채용 4만명을 포함해 향후 3년간 7만개 청년 일자리를 만들 계획이다.
지난달 삼성은 향후 3년간 240조원의 역대급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우리나라 산업을 지탱하는 반도체·바이오 분야를 육성하고, SSAFY 등 사회공헌 활동 확대가 핵심이다.
이번 발표 역시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이 정부와 손잡고 청년 일자리 창출 활동을 확대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SSAFY는 삼성이 미취업 교육생에게 매달 100만원씩 파격적 교육 보조금을 제공한다. 취업률도 약 77%에 달할 정도로 국내 사회공헌 프로그램 중 우수사례로 거론된다.
특히 이 부회장이 두 차례나 교육 현장을 방문해 교육생을 격려할 정도로 애착을 갖는 프로그램이다. 삼성은 이 프로그램을 민·관 협업 우수사례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관심을 모았던 이 부회장의 첫 공식 일정으로 '청년 일자리' 카드를 선택했다는 점도 주목받는다. 지난달 출소한 이 부회장은 공식 외부 일정을 자제하며 경영 현안을 챙기는데 분주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시급한 일자리 창출 지원을 약속하는 자리가 첫 공식 행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실제 삼성은 지난달 240조 원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삼성의 CSR 활동이 우리 사회에 더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방향성을 재정립하고 구체적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과감한 결단을 해주고, 오늘 이렇게 뜻깊은 자리도 만들어 준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관계자 여러분께 대단히 감사하다”며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생전에 '기업의 모든 성공은 인재에 달려 있다'는 말을 강조했는데, 오늘 삼성이 큰 힘을 모아준 것 역시 그런 뜻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 부회장 역시 “청년들의 희망을 위해 최선을 다해 힘을 보태겠다”고 화답했다.
이 부회장이 공식 행보를 시작하면서 현장경영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발표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실행하기 위한 세부 전략 수립과 인수합병(M&A) 등 경영 현안 의사결정을 위해 현장경영이 불가피하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청년 일자리 창출 약속은 출소 후 정부는 물론 국민의 요구사항에 화답하는 한편 삼성의 상생 경영 행보를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대외 활동을 계기로 반도체 등 경영 현안을 챙기기 위한 현장경영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