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체험으로 키우는 미래 여성공학자의 꿈

WISET, 전국 여학생 이공계 진로 돕는 '여학생 공학주간' 개최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기반 디지털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바이오 분야와 우주, 기후 관련 분야도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은 '미래 일자리 보고서'에서 2025년까지 데이터 분석, 콘텐츠 생산, AI 등 분야에서 9700만개 일자리가 새로 등장한다고 전망했다. 각국에서는 신기술·신산업 분야 전문인력 확보가 우선 과제가 됐다.

그러나 인력 수급 불균형 해결은 쉽지 않고 우리나라도 전 분야에서 전문인력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한 조사에 의하면 2028년까지 과학기술 분야에서 47만명의 전문인력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인 인재 부족 문제는 차세대 여성 과학기술 인력 양성의 기회 확대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과학기술 분야 여성 인재 양성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이슈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조사된 유네스코 데이터에 따르면, 전체 여학생의 약 30%만이 고등 교육에서 STEM 관련 분야를 선택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9년 전체 대학 공학계열 입학생 중 여학생 비율은 24.6%에 불과했다. 미래 신산업·신기술 분야에 적극적인 여성 인재 양성 지원책이 필요한 이유다.

제작과 실험 등 체험 통한 공학계열 진로 관심 폭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임혜숙)와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이사장 안혜연·WISET)는 미래 공학인재 양성을 위해, 2012년부터 매년 '여학생 공학주간(Girls' Engineering Week, GEW)'을 지정해 공학체험 활동을 진행해오고 있다. 여학생 공학주간 행사는 여학생의 공학계열 진출을 독려하기 위해 매년 공학에 관심 있는 중·고교, 대학교 여학생 대상으로 공학 관련 체험학습 기회를 부여하는 행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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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대에서 진행된 여학생 공학주간 전공체험 중 가상공간 설계 프로그램에 참여한 여학생들이 기념 촬영을 했다.

올해는 7월 19일부터 8월 5일까지 전국 9개 대학 사업단과 함께 '2030 미래 유망 과학기술로의 초대'를 주제로, 공학에 관심 있는 전국 중·고교 여학생 4800명이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덕성여대, 성균관대, 충남대, 목포대, 군산대, 계명대, 신라대, 제주대 등에서 AI IoT와 VR, 지능로봇, 소형 로봇청소기, 도시계획 등을 주제로 직접 제작과 실험을 하는 등 다채로운 행사가 진행됐다.

WISET 대전지역 충남대 사업단은 지난달 22일과 23일 양일 간 음성인식 AI 모바일앱 제작과 AI 챗봇 만들기 등 다양한 전공 체험과 멘토링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행사에서는 머신러닝을 이용한 창작품 제작과 AI 챗봇 만들기에 많은 여학생이 높은 관심을 가지고 참여했다.

AI 챗봇만들기에 참여한 박초희 충남여중 2학년 학생은 “머신러닝 프로그램을 사용해 AI를 교육시키고, 그 후에 데이터를 입력해서 AI에게 판단을 내려 말로만 듣던 AI를 내 손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이 분야에 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머신러닝을 이용한 냥냥이 만들기 활동에 참여한 김지은 청주대성고 2학년 학생은 “아두이노로 체험을 많이 할 기회가 없었는데, 냥냥이가 꼬리를 흔드는 것을 아두이노 프로그래밍으로 직접 만들 수 있었다”며 “이공계열은 알면 알수록 신기하고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분야로 진출하고 싶다. 선배들로부터 조언을 듣는 기회가 많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지역 덕성여대 사업단에 참여한 박수연 이화금란중 학생은 “관심 있었던 비타민C 정량 실험에 참여했다. 산화 반응을 일으키는 것을 이용하는 실험이었다”면서 “실험이론을 들으면서 기존에 알고 있었던 지식을 넘어 몰랐던 사실까지 알 수 있었고 듣는 내내 흥미롭고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전북지역 군산대 사업단에 참여한 원혜림 군산고 2학년 학생은 “GEW 및 GET 행사에서 모든 강연이 매우 인상 깊었다”며 “강연자분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느꼈던 것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부단히 노력해 성장을 멈추지 않았던 추진력 있는 모습에서 감동을 받았다. 나중에 강연자들과 같은 롤 모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여성 과학자 롤모델 생생한 '커리어 노하우' 도전의식 고취

여학생 공학주간의 백미는 7월 29일 열린 여성과학자 비대면 강연회 '걸스 엔지니어링 토크' 행사였다. 여성 과학자 롤모델들이 미래 유망과학기술과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생생하게 전해 미래 인재가 될 여학생들에게 공학 분야로의 진출 동기를 부여하고 도전과 의지를 함양시켰다. 이 행사에서는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을 비롯, 김미소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교수, 배순민 KT AI2XL 연구소장, 지한별 비바리퍼블리카(toss) 보안기술팀 연구원, 황정아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과학본부 책임연구원 등 국내 여성 공학 리더들의 강연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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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9일 진행된 걸스 엔지니어링 토크에서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강연하고 있다.

기조연설을 진행했던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학창 시절부터 첫 여성 과기정통부 장관이 되기까지의 경력개발 스토리를 전했다. 네 번의 도전 끝에 선발된 국비유학생, 육아와 병행하며 성장한 미국에서의 생활, 한국에 돌아온 후의 경력 과정 등 생생한 경험은 참가자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심어 주었다.

향후 전망 되는 공학 분야에 대한 질문에 임 장관은 “우주기술, 통신 네트워크 6G, 바이오, 반도체 기술이 될 것이다. 미래 사회에서 SW기술은 누구나 배워야 하는 기본 언어이며, 데이터 활용 능력을 키우면 금상첨화”라면서 “중도에 포기하지 말고 차세대 여성 과학자의 꿈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강연이 끝난 후 10대 여학생들은 “여성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님의 말씀에 큰 용기를 얻었다” “과학 기술 분야의 여성 리더들의 생생한 경험의 길을 따라 걷고 싶다” “현장에서 듣지 못해 아쉽다” 등 다양한 관심을 보였다.

안혜연 WISET 이사장은 “미래 신산업을 이끌 인재의 경쟁력 기반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WISET은 여학생 공학주간 행사를 비롯, 다양한 교육 및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여학생들이 우수한 여성공학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과제가 된 여성 과학기술 인재 양성. 디지털 전환의 시대에 유용한 인력이 될 수 있는 미래 여성 공학자를 더 많이 양성하려면 더 열린 기회가 필요하다. 시작을 또 하나의 미래의 동량, 여학생에게서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이향선 전자신문인터넷기자 hyangseon.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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