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희망 프로젝트]<718>플랫폼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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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라이더스 서비스 이미지.

코로나19로 급격히 발달한 시장이 배달업계입니다. 집에서 음식이나 필요한 것을 주문하면 1시간 만에 배송이 되기도 하고, 번쩍 배달로 30분 내 음식이 도착하기도 합니다. 고객은 편리하고 빠르게 물건이나 음식을 받아볼 수 있지만, 그걸 중간에서 배달해 주는 배송기사는 바쁘게 움직입니다.

무더위와 추위에도 쉴새 없이 일하지만 노동 환경이나 근무 조건은 좋지 않은 편입니다. 최근에는 'AI 배차 시스템'으로 화장실 잠깐만 들러도 배달 요청이 줄어드는 등 노동자를 쉴 수 없게 하는 시스템이 질타를 받았습니다. 번쩍 배달 때문인지 신호를 위반하는 오토바이들을 종종 볼 수 있는데요. 배달이 늘어나는 만큼 교통사고율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배달 노동자들을 또 다른 말로는 '플랫폼 노동자'라고도 표현합니다. 그렇다면 새롭게 등장한 '플랫폼 노동'이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Q.플랫폼 노동이 무엇인가요.

A:플랫폼 노동이란 웹사이트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등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일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같은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이뤄지는 노동을 뜻합니다. 일반적으로 수요자, 플랫폼, 공급자로 구성됩니다. 인터넷의 중계 플랫폼 안에서 고객(수요자)과 노동자(공급자)가 만나게 되는 것입니다. 배달의민족은 플랫폼이고, 고객인 우리는 주문을 하며, 노동자인 배달 기사는 음식을 배달해 줍니다.

한국고용정보원에서는 '플랫폼 노동'을 △디지털 플랫폼의 중개를 통해 일자리를 구하며 △ 단속적(1회성, 비상시적, 비정기적) 일거리 1건당 일정한 보수를 받으며 △고용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일하면서 근로소득을 획득하는 근로 형태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플랫폼 노동은 배달 노동자 뿐만 아니라 택배 노동자, 가사서비스 노동자 등 다양합니다.

Q.플랫폼 노동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가요.

A:플랫폼 노동의 장점은 '자유로움'입니다. 노동자는 일거리를 직접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일할 시간과 장소, 방식을 정할 수 있다는게 큰 장점입니다.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스케줄을 정할 수 있습니다. 하루에 1시간만 일할 수 있는 것도 편리합니다. 고객은 더 저렴한 서비스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단점도 존재합니다. 우선 플랫폼과 정식 고용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근로계약서가 없습니다. 이 때문에 고용이 불안정하고 각종 보험 혜택을 받기도 어렵습니다. 플랫폼 노동이라는 새로운 고용형태 출현은 전통적 고용형태와 다른 특징을 갖고 있어 노동법적 보호문제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전통적인 근로계약을 바탕으로 노동을 거래해 왔습니다. 근로계약이 없는 플랫폼 노동은 법률적, 시간적, 공간적 환경 등에서 다른 특징이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최근 플랫폼 노동 종사자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불안정한 법적 지위와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한 보호 필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Q.플랫폼 노동자 현황은 어떤가요.

A:지난해 한국노동연구원이 수행한 연구에서 플랫폼 노동자는 전체 취업자의 0.92%라고 조사됐습니다. 약 22만명입니다. 이 가운데 배달·운송노동자는 오프라인에서 수행하는 플랫폼 노동의 67.8%에 달하고, 전체 플랫폼 노동자 중에서도 52%에 해당합니다. 현재 우리나라 플랫폼 노동자 절반 이상은 배달이나 대리운전 등 운송 관련 일에 종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Q.플랫폼 노동자들을 둘러싼 사회 문제는 무엇인가요.

A:코로나19로 우리는 배달을 많이 시켜먹게 됐고, 배달 노동자가 대폭 늘었습니다. 그러면서 다양한 플랫폼 업체들은 배송시간 단축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고도 대폭 늘었습니다. 고용노동부의 '배달종사자 산재보험금 신청현황'에 따르면 2018년 618건에 그치던 산업재해 신청건수는 지난해 2275건으로 3년만에 3.7배로 증가했습니다. 지난해 오토바이 배달 사고로 숨진 배달 노동자는 서울에서만 24명이었습니다. 그래서 배달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은 지난 6월 'AI 노동통제, 라이더가 위험하다'는 주제로 '신호를 지키며 일하고 싶다'고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배달 노동자는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는다고 말했죠. 그래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분류돼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못합니다. 이들을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는 플랫폼과 노동자간 갈등이 해소되지 않는 이유입니다. 국회에서는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플랫폼종사자보호법'이 발의돼 계류 중인 상태입니다. 법안은 플랫폼 기업이 노동자에게 노무계약서를 반드시 제공하고 계약 해지 시기 등도 미리 알리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플랫폼 기업이 신산업으로 수혜를 누리고, 고객들도 새로운 서비스로 효용을 누리는 만큼 관련 종사자들의 안전을 위해 신경을 써야겠습니다.

Q.플랫폼 노동의 이면은 무엇인가요.

A:플랫폼 경제는 플랫폼 노동자들에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습니다. 국제노동기구(ILO)의 연구보고서는 플랫폼 노동이 노동자들을 지나치게 착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노동자는 점점 플랫폼에 종속될 가능성이 높은 반면, 노동자들은 각각 개인이기 때문에 플랫폼에 대해 충분한 협상력을 갖지 못한다는 것이죠.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이 점차 악화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플랫폼 경제는 수많은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invisible workers)'을 만들어냅니다. 플랫폼 경제에서 기존 노동법이나 노동정책으로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어렵기 때문에 불안을 조성합니다. 플랫폼 노동자들이 독립계약자 지위를 갖는다면, 고용주 책임은 사라지게 되고 결국 이 부담은 노동자들 개인이 지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배달이나 택배 노동자들은 프리랜서 같은 특성이 있습니다. 각자의 작업장이나 근로시간 측면에서 제각기 다른 근로환경을 갖기 때문에 서로의 경험을 소통하거나 조직하기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관련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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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 제레미아스 아담스 프라슬 지음, 숨쉬는책공장 펴냄.

플랫폼 노동으로 소비자들은 자신들의 원하는 노동력을 쉽고, 빠르며 저렴하게 구할 수 있게 됐다. 노동자들 역시 일거리를 쉽고, 빠르게 구할 수 있다. 자기 결정을 통해 유연하게 일을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쉽고, 빠르고 유연한 일거리는 노동자들에게 불안정과 저임금, 위험을 떠안긴다. 플랫폼 기업들은 자유롭게 일거리를 선택할 수 있는 판을 제공하는 동시에 알고리즘과 등급 평가 등으로 노동자들을 옥죈다. 계약서에는 분명 노동자가 사장으로 적혀 있지만 일을 시킬 때는 노동자로만 본다. 그런가 하면 '일 시킬 땐 우리 직원, 사고 나면 사장'과 같은 태도로 사고와 위험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책임을 피한다. 이 책은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가려진 노동자 모습을 돌아보며 플랫폼 노동이 건강하게 더욱 진보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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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은 배달하지 않는다. 박정훈 지음, 빨간소금 펴냄.

플랫폼 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2017년 7월 카카오톡은 카카오뱅크를 출범했고, 2018년 마켓컬리 광고에 배우 전지현이 등장했다. 2019년 타다는 플랫폼 산업과 4차 산업혁명의 중심이 됐다. 소비자들은 새로운 플랫폼 기업의 등장에 열광했으며, 이들 기업은 소비자 편익과 혁신의 아이콘이 됐다. 이런 분위기는 '4차산업혁명위원회'라는 대통령 직속 기구가 탄생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바야흐로 '플랫폼의 시대'다.

플랫폼이 주목받으면서 배달 산업에 관한 관심도 높아졌다. 플랫폼 배달 산업 관련 콘텐츠가 쏟아졌다. 이 책은 한국 최초의 배달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이 쓴 책이다. 플랫폼 노동자가 플랫폼 노동 문제를 현장감 있게 전문적으로 다뤘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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