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산 주도 시장 지각변동
中 업체 이어 삼성전기와 수주 계약
日 의존 탈피…생산·납품 기한 단축
올해 매출 신기록 돌파 '3080억' 자신
한미반도체가 최근 첫 국산화에 성공한 반도체 장비를 잇따라 공급해 주목된다. 자체 기술로 개발한 신장비가 시장에 연착륙하는 모습을 보여 의존도가 높던 외산 장비를 본격 대체할지 주목된다.
한미반도체는 지난 2일 삼성전기로부터 '마이크로 쏘 앤(&) 비전플레이스먼트' 장비를 수주했다고 공시했다. 계약 금액은 42억원이며, 2022년 2월 말까지 장비를 공급하기로 했다.
마이크로 쏘(micro SAW)는 반도체를 절단하는 장비고, 비전플레이스먼트는 절단된 반도체를 세척, 검사, 분류하는 기능을 한다. 공정 특성상 마이크로 쏘와 비전플레이스먼트는 하나의 시스템으로 구성된다.
한미반도체는 그동안 비전플레이스먼트를 자체 개발해 공급했지만 마이크로 쏘는 이 분야 전문 업체인 일본 디스코(DISCO)의 제품을 사용했다. 그러나 최근 중대 변신을 시도했다. 마이크로 쏘를 자체 개발한 것이다. 한미반도체는 지난달 2일 국내 최초로 '듀얼 척 쏘(Dual-chuckSaw)' 장비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싱글 척, 듀얼 척은 잘라낸 반도체를 검사하고 트레이로 옮길 때 싱글 또는 듀얼 진공 기술을 사용하느냐의 차이로, 듀얼 척 쏘 장비가 더 많은 양의 반도체를 처리해 고성능 장비로 평가된다. 마이크로 쏘는 패키징된 반도체를 절단하는 장비를 통칭하는 용어다.
한미반도체가 삼성전기에 공급하는 장비에 자체 개발한 마이크로 쏘가 탑재되는 것으로, 국산 마이크로 쏘가 국내 업체에 채택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국내 최대 반도체 패키지 기판 업체인 삼성전기가 구매해 한미반도체 마이크로 쏘 장비 성능을 인정 받은 것으로 보인다.
한미반도체는 이보다 앞선 지난달 7일 중국에 장비를 수출하는 성과도 거뒀다. 중국 OSAT 업체인 칩패킹테크놀로지로부터 33억5000만원 규모 장비를 수주하는 등 고객사 반응이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이에 본격적인 수입 대체 효과를 거둘 지 주목된다. 한미반도체는 장비 국산화로 연 900억원에 이르는 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울러 공급이 부족했던 마이크로 쏘 조달의 불확실성이 해소돼 비전플레이스먼트 장비를 신속 납품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미반도체는 그동안 일본 마이크로 쏘 장비 납기 지연으로 비전 플레이스먼트 장비 공급에 7~8개월이 걸렸다. 하지만 이번 마이크로 쏘 내재화를 통해 생산기간을 3~4개월가량 단축할 수 있게 됐다. 내재화에 따른 수익 개선뿐 아니라 납기 단축으로 매출 확대가 가능해진 것이다.
한미반도체는 마이크로 쏘 전용 공장도 준공했다. 곽동신 한미반도체 부회장은 최근 열린 준공식에서 “대만 TSMC 등 장비 수요에 선제 대응할 것”이라며 “연매출 6000억원이 가능한 생산 능력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한미반도체는 올해 매출 목표를 3080억원으로 제시했다.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한 지난해(2520억원)보다 20% 증가한 금액이다. 회사가 연간 매출 전망치를 공개한 건 이례적이다. 반도체 산업 호황과 성장 계획을 자신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미반도체는 1분기 매출 709억원을 달성했다. SK증권에 따르면 한미반도체가 1~5월 수주한 금액은 1612억원이었다. 지난해 전체 수주금액인 1219억원을 넘어섰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