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전기차 시장은 현대차그룹과 테슬라의 시장 경쟁뿐만 아니라 전기차 보급 9년 만에 첫 보조금 조기 소진, 테슬라에 이은 메르세데스-벤츠의 공격적 가격정책 행보, 현대차 전기트럭 '포터 일렉트릭' 돌풍 등이 주된 이슈로 꼽힌다.
◇전기차 보급 9년 만에 첫 보조금 소진되나
올해 정부·지자체가 확보한 승용 전기차 보조금은 총 4만8058대 가운데 현재(17일 기준) 보조금을 타낸 차량 수가 1만7189대로 집계됐다. 보조금 소진율 30% 수준이지만, 보조금을 신청한 접수 대수는 2만7042대 분량으로 전체 보조금의 56%에 달한다. 3월부터 전기차 보급이 시작된 것을 감안하면 예년보다 보급 속도가 빠른 상황이다.
특히 서울의 경우 전기차 5367대 보급에 3246대가 이미 보조금을 수령했고 접수된 신청서는 6203대로 보급 계획 물량을 이미 초과했다. 경기도 역시 올해 9457대 보급에 4161대가 이미 보급을 완료했고, 신청 수는 6000대를 넘어섰다. 업계는 7월부터 국내 전기차 보급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전예약 4만대 이상을 기록한 현대차 '아이오닉5'의 생산이 점차 정상화되는 데다, 기아 'EV6'가 다음 달에 출시된다. 또 메르세데스-벤츠 'EQA'와 BMW 'iX' 등 신차가 곧 출시되기 때문이다. 환경부가 올해 확보한 승용 전기차 보조금 물량은 약 7만5000대로, 현재 보급 사업 중인 물량 4만8058대를 제외하면 국고보조금 물량은 3만대 가량 남아있다.
◇테슬라에 이어 벤츠까지 공격적 가격 정책
국내 1위 수입차 브랜드인 메르세데스-벤츠가 다음 달 출시 예정인 '더뉴 EQA'의 국내 가격을 5990만원으로 책정했다. 전기차 1위 브랜드 테슬라처럼 우리나라 전기차 보조금 혜택을 받기 위한 파격적 가격이다. 정부가 올해부터 6000만원 미만 전기차에만 보조금 100%(최대 800만원)를 지원하는 정책이 테슬라에 이어 벤츠의 가격 인하 전략에 영향을 미쳤다. 테슬라 역시 지난 2월 '모델Y'(스탠더드 레인지 트림) 가격을 5999만원, '모델3' 스탠더드 레인지 플러스·롱 레인지 트림을 종전보다 낮은 5479만원, 5999만원으로 각각 내놓으면서 주목을 받았다.
실제 보조금은 테슬라 판매 실적에 큰 영향을 미쳤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모델3의 올해 1~2월 판매대수는 15대에 불과했다. 그러나 판매가격을 내리면서 보조금 100% 지원이 확정된 3월 이후 판매량이 늘었고, 현재 국내 승용 전기차 판매량 1위 자리를 굳혔다.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최근 벤츠도 테슬라와 같은 시장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전기차 동호회 카페에 들어가보면 벤츠 EQA로 갈아타겠다는 예비 전기차 고객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EQA는 벤츠 콤팩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LA'를 기반으로 완성됐다. 국내 EQC에 이어 두 번째로 출시되는 벤츠의 순수 전기차다. 66.5㎾h 리튬이온 배터리와 지능형 열관리 시스템을 채택해 1회 완충하면 426㎞(WLTP 기준)를 달릴 수 있다. WLTP보다 까다로운 국내 인증 주행거리는 300㎞ 안팎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승용 전기차보다 많이 팔린 전기트럭
올해 상용차를 포함한 국내 전기차 판매량 1위는 현대차 '포터2 일렉트릭'이다. 포터 전기트럭은 올해 5월까지 누적판매량 7000대로 승용차 부문 판매량 1·2위인 테슬라 모델3(3391대)나 모델Y(3344대)보다 두 배 이상 많이 판매됐다. 전기차 전체 판매량 2위 역시 기아 '봉고EV'(4229대)다. 승용차만 따지면 테슬라 차량이 앞서지만 전체 시장에선 포터와 봉고가 크게 선전하고 있다.
업계는 올해 연말까지 현대차·기아 전기트럭이 2만대 이상 판매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독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전기트럭이 잘 팔리는 이유는 보조금보다 강력한 지원책 때문이다. 승용 전기차보다 높은 국가 보조금 지원에다 올해 연말까지 전기트럭 구매 시 화물 영업용 면허를 지원한다. 포터2 일렉트릭 신차 판매가격은 4060만~4274만원이나 국고보조금(1600만원)과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서울시 800만원)을 수령하면 1600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다.
이 같은 혜택으로 인해 전기트럭 중고거래 시세도 크게 올랐다. 각종 중고거래 사이트에 따르면 전기트럭 포터나 봉고는 현재 2500만~2700만원 수준에서 거래가 이뤄진다. 내년부터 전기트럭의 화물 영업용 면허가 발급되지 않기 때문에 연내 번호판 발급을 위해 신차 대신 중고차를 선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