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강업계가 내진용 고강도 철근을 공동 개발했다. 경쟁사 간 협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철강사들은 항복강도 700MPa 이상, 항복비 1.25 이상 내진용 고강도 철근을 공동 개발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파악됐다.
철강사는 현대제철과 대한제강, 동국제강 등이 개발에 참여했다. 학계에선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 서울과학기술대, 성균관대 등이 참여했다. 이준호 고려대 신소재공학과 교수가 총괄책임을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개발은 각 사가 개별 추진하던 연구개발(R&D)을 함께 완료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현대제철은 내진강 브랜드인 에이치코어(HCORE)를 별도 보유하는 등 시장 선도 업체다. 동국제강도 내진용 코일철근을 국내 최초 개발하는 등 내진강 상업화에 돌입한 상태다. 하지만 고강도 내진용 철근 공동 개발에 참여, 철강업계가 이 시장에 뛰어들 길을 터줬다는 분석이다.
철강업계가 시장 파이를 나누면서까지 내진 철근 개발에 힘을 합친 것은 기술 개발 역량 제고와 국민 안전을 고려한 결과로 해석된다. 개별 기업이 독자 연구개발을 하는 것보다 함께 하는 것이 적은 시간과 비용을 들이고도 최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렸다는 것이다.
실제 내진강 기술력은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일본 철강업체들이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 받는다. 현지 1~2위 철강사인 일본제철과 JFE는 독자 내진 철근 브랜드를 보유,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철강사 아르셀로미탈이 내진 철강재 개발과 생산 외에 건물 내진 설계까지 토털 솔루션을 제공한다.
국내 내진 철근 시장은 크게 성장할 전망이다. 건축물 대형화·고층화로 내진 설계는 강화되고 내진강 수요가 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사들과 학계, 연구기관 등이 기존 철강 소재를 내진·내화 등 고기능화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국내 철강업계가 고부가가치화한 철강 제품들을 앞세워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