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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1996년 중학교 1학년 때 컴퓨터 과목을 처음 접했다. 컴퓨터가 일반에 보급되기 전이어서 컴퓨터 과목은 생소했다. 수업 첫 시간에 정년퇴임을 앞둔 연배의 선생님이 등장했다. 영어 시간에 단어 암기하듯 첫 시간부터 컴퓨터 용어만 달달 외웠다.

며칠 후 교무실에 가 보니 컴퓨터 담당 선생님이 무엇인가를 열심히 적고 있었다. 선생님이 무엇을 정리했는지는 다음 수업 시간에 확인할 수 있었다. 원래 가정 담당이던 그 선생님은 갑자기 컴퓨터 과목을 맡게 됐다. 그 역시 처음 접하는 컴퓨터 용어를 미리 암기해서 우리에게 전달할 수밖에 없었다.

25년이 지난 지금 컴퓨터 과목명은 소프트웨어(SW)로 바뀌었다. 수업 현장도 많이 달라졌을까. 정부가 SW 교육을 의무화하고 인공지능(AI)까지 교육 과정에 넣었다. 높아진 관심은 반갑지만 현장은 여전히 준비되지 않았다.

한 수도권 고등학교 교장은 “SW 교사 구하기가 어려워 강원도까지 물색해서 겨우 교사를 스카우트했다”면서 “주변 학교는 한문 등 다른 교과 교사가 SW를 배워 교육하는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지속 가능한 SW 교육이 이뤄지려면 전문교사 확보가 동반돼야 한다. SW 교육 필수화가 시행된 몇 년 전부터 현장에서 지속 요구한 사안이다. 최근 AI 교육까지 더해지면서 전문교사 찾기가 더 어려워졌다. 학교 현장에선 실전을 가르칠 수 있는 현업 실무가를 파트타임 형태 교사로 채용할 것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전문교사 자격증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SW는 단순 암기 과목이 아니다. SW 교사는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트렌드와 컴퓨팅 사고력에 대한 이해 등 다방면의 능력을 갖춰야 한다. 전문교사 없는 SW 교육은 모래성을 쌓는 것과 같다. SW·AI 교육이 자라나는 세대의 미래를 보장할 것이라고 여긴다면 전문교사 실태조사와 수급 방안부터 마련해야 한다.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