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현지 공장 가동을 앞둔 인도네시아에서 자사 브랜드 체험 공간 '현대모터스튜디오 자카르타'를 건립한다. 올해 말부터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아세안) 신흥시장에 나서는 등 현대차를 알리는 브랜드 전략 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가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 현대모터스튜디오 자카르타 건립을 검토하고 있다. 브랜드 체험 공간에 대한 현지 시장 조사를 비롯해 세부 계획을 수립하는 단계로 전해졌다. 현대모터스튜디오 자카르타가 들어서면 서울과 경기 고양·하남 등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일곱 번째 체험 공간이 된다. 해외에 마련한 체험 공간으로는 모스크바, 베이징에 이어 세 번째다.
지난 2014년 서울에 처음 개관한 현대모터스튜디오는 자동차 회사 정체성을 담은 모터, 창조 및 실험 공간을 상징하는 스튜디오를 결합해 새로운 자동차 문화를 만들고 경험하는 공간이다. 2015년 모스크바에 첫 해외 거점을 마련했고, 2017년 베이징이 문을 여는 등 국내외 주요 지역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수도에 자리할 현대모터스튜디오 자카르타는 MZ세대를 겨냥한 자동차 문화 공간을 지향한다. 현지 시장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차량 전시와 식당, 카페 등도 마련할 예정이다. 최근 방한한 루훗 판자이탄 인도네시아 해양·투자조정부 장관이 지난달 24일 정의선 회장과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을 둘러본 것도 현대모터스튜디오 자카르타 추진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가 인도네시아 현지 공장에 이어 현대모터스튜디오까지 건립하는 것은 그만큼 현지 시장의 의미가 특별하기 때문이다. 2019년 11월 현대차는 1조8000억원을 투입해 인도네시아에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은 올해 말부터 14만대 규모로 가동될 예정이다. 향후 생산 규모를 25만대까지 확대한다. 최근 인도네시아 내 LG에너지솔루션과의 합작사 설립과 배터리 공장 건립 계획도 가시화되고 있다. 세계 자동차 수요 감소 속에 인도네시아 자동차 시장은 높은 성장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인도네시아 경제 성장률은 매년 5%에 육박하지만 아직 자동차 보급률은 인구 1000명당 86대에 불과하다. 110만대 수준인 연간 판매량도 매년 성장, 내년에는 150만대 수준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의 인도네시아 진출 성공 관건은 높은 일본차 장벽과 낮은 인지도 극복이다. 현재 현대차의 인도네시아 판매량은 월 300대 미만에 머물고 있다. 수입차에 대한 높은 관세(80%)와 낮은 인지도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자동차 시장은 1980년대부터 현지 생산을 해 온 토요타와 다이하쓰, 혼다, 미쓰비시 등 일본 자동차 브랜드들이 95% 점유하고 있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이른 시일 안에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 오랜 기간 현지 소비자의 선택을 받은 일본차와 정면 대결을 해야 한다.
현대차는 공장 가동을 앞두고 인도네시아 전국 딜러망도 구축하고 있다. 연말 공장 가동 시점에 맞춰 고객 접근성, 지역별 수요 등을 고려해 100여개 딜러망을 우선 확보하고 차츰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을 세웠다. 현대차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현지 현대모터스튜디오 건립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사안”이라며 말을 아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