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계열사 급식업체 부당 지원 의혹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자진 시정'을 요청하는 '동의의결' 신청을 했다고 17일 밝혔다.
동의의결 제도는 공정거래 관련 사건에서 조사·심의를 받는 사업자가 스스로 원상회복, 소비자 피해구제 등 시정방안을 제안하고 공정위가 의견 수렴을 거쳐 시정 방안이 타당한 경우 위법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신속하게 종결하는 것을 의미한다.
공정위는 삼성전자를 포함해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등 계열사가 삼성웰스토리에 사내급식 운영권을 몰아주면서 조직적으로 지원한 혐의로 조사를 진행했다. 2018년 삼성웰스토리 등에 조사관을 파견해 현장조사를 진행, 올 초 삼성 측에 심사 보고서를 발송했다. 이달 중 열릴 예정인 전원회의에서 사건 위법 여부와 제재 수준을 결정할 예정이었다.
이번 삼성의 동의의결 신청은 자진 시정을 포함한 폭넓은 상생 방안을 선제적으로 제안해 법리 다툼은 피하겠다는 의도도 풀이된다. 시간, 비용이 소모되는 법리다툼보다는 공정위에 스스로 시정 방안을 제시해 조기에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혐의 사실에 대해 공정위 조사 절차에 성실하게 임하며 정상적인 거래임을 소명했고, 이러한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그동안 급식거래가 다양하지 못했던 점을 감안해 신속하게 개선해 사업에 전념하고자 동의의결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삼성의 위법성이 크다고 판단하면 동의의결 절차를 수용하지 않고 원래대로 심의를 진행하게 된다. 동의의결을 받아들이면 삼성은 시정방안을 제출, 이해관계자를 포함해 의견 수렴을 거쳐 작성된 최종안을 공정위가 심의하게 된다.
동의의결 제도는 이른 시간 내 쟁점이 되는 문제를 해결하고 관련 당사자의 불확실성을 조기에 해소하는 장점이 있다. 삼성전자 역시 동의의결이 받아들여질 경우 자진 시정으로 효과적으로 급식시장을 개선할 수 있으며 코로나19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 급식업체에도 즉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삼성 측이 제시한 자진 시정 방안에는 사내 식당 단계적 전면 개방과 함께 중소 급식업체를 대상으로 한 실효성 있는 상생지원 방안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삼성전자는 급식업체 부당 지원 의혹이 불거지면서 외부 입찰 개방을 진행했다. 지난달에는 수원사업장, 기흥사업장 사내식당 운영업체로 각각 신세계푸드, 풀무원푸드앤컬처를 선정한 바 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