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전문대 '직업교육 중추기관' 위치 살려야

학령인구 감소로 지방대보다도 더 큰 위기를 겪는 곳은 전문대다. 최근 10년간 전문대학은 9개교 폐교됐으며 전체 입학정원은 6만여명(약 26.9%)이 줄었다. 3개교가 증가하고 3만명(약 8.6%)이 줄어든 일반대학과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전문대 정원은 일반대학의 절반 수준인데, 감축된 정원은 두 배다. 정원 미달 사태도 전문대에서 가장 크게 나타난다.

2021학년도 전문대 입시에서 수도권 소재 9199명, 지방 소재 1만 4984명 등 총 2만 4183명을 충원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충원 인원은 1년 새 2배 이상 늘었다. 2020학년도 입시에서는 전문대 미충원 인원은 1만498명이었다. 전문대 최종 등록률은 84.4% 밖에 되지 않는다.

입학자 수가 줄어든 만큼 재정 여건도 악화됐다. 전문대학의 2019년 등록금 수입은 약 2조4280억원으로, 2008년 2조5317억원 대비 1037억원이 줄었다. 최근 12년간 누적물가인상율 24.7%를 반영하면 2019년 등록금은 약 6569억원(26%)이 감소한 셈이다. 국가장학금까지 감안하면 등록금 감소액은 약 1조6394억원 수준에 이른다. 올해 등록금 수입은 물론 미충원이 가시화된 2020년 결산 통계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

전문대 위기는 숫자로도 명확하게 드러나지만, 취업률 등 수치를 볼 때 전문대 입지는 여전히 견고한 편이다. 졸업자 취업률은 전문대가 71.3%, 일반대가 63.4%로 전문대가 높다. 실업률은 전문대가 낮은 편이다. 새로운 직업을 찾고자 하는 성인학습자의 평생교육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에 기대기에는 여건은 열악하다. 재정 여건은 악화되고 있는 만큼 성인학습자 평생직업교육 위주로 전환하고 있지 못하다.

전문대가 특화한 학과를 발굴해 직업 교육을 한다고 해도 일반대학이 비슷한 학과를 개설해 전문대 특화가 무색해진 경우가 많다. 같은 기술을 습득했을때 여전히 사회에서 일반대학 출신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전문대학의 뷰티, 미용, 조리학과 등과 같은 단순 기술습득을 통한 취업중심의 주요학과들을 일반대학이 중복 개설·운영함에 따라 일반대학으로의 쏠림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기준으로 114개 일반대학 520개 학과에서 전문대학에서 이미 운영 중인 유사학과를 중복 개설 운영 중이다.

전문대학 졸업자가 해당 지역 사회에 정주하는 비율이 높은데도 지역사회와 전문대학 간 연계 협력을 통한 발전 노력은 미흡하다. 지자체와 대학이 함께 지역을 살리는 '지역혁신플랫폼' 사업에 전문대도 참여하고는 있지만 거점 국립대 위주로 사업이 진행된다. 이 때문에 지역의 직업교육과 성인학습을 담당하는 필요하다.

전문대는 학문연구중심대학과 직업교육중심대학으로 재구조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역에서는 일반대를 졸업한 후 취업을 위해 전문대에 재입학하는 U턴 입학까지 늘어나는 만큼 지역의 직업교육 중심기관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병진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입학지원실장은 “전문대가 새로운 분야 직업교육 커리큘럼을 발굴하면 일반대학이 따라하는 현상까지 빚어질 정도로 직업교육 보호 체계가 없다”며 “전문대학이 직업교육중심대학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