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국가 데이터센터 공동활용 체계 구축과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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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부원장

'우리나라 최초 외국인 공무원'인 켄 크로포드는 기상청에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기상선진화업무를 이끈 기상예보 전문가다. 그가 2009년 한국기상학회 학술대회 초청강연에서 화두로 던진 질문이 인상적이다.

'대한민국에는 얼마나 많은 기상레이더가 필요한가' '그 많은 레이더 구축에 국민의 세금이 사용되는 것이 옳은가'라는 질문이다. 이후 켄 크로포드는 '기상청의 히딩크'라 불리며 기상청-국토해양부-국방부 간 범정부적 기상·강수레이더 공동활용 협약을 체결해 각 부처가 개별적으로 구축·운영하던 레이더를 공동활용하는 체계를 마련했다. 이것의 파급효과로 기상 관측 사각지대 감소로 관측 정확도가 향상됐고 부품 공유, 공동 기술개발 및 활용 등으로 개발운영 비용도 절감됐다.

코로나19로 원격 수업, 화상회의 등이 급증하면서 클라우드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기 위한 클라우드 사용도 늘어 데이터센터 구축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데이터센터는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장비 등을 제공하는 시설로 일반 전산실보다 규모나 성능 면에서 확장된 개념이다. 그런데 데이터센터는 적정 온도와 습도를 유지한 채 24시간, 365일 중단 없이 운영돼야 해 전력 소비가 매우 크다.

이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려는 기업들은 전기요금이 저렴한 지역이나 주변 자연환경을 이용해 전력 소비를 줄일 수 있는 곳을 찾는다.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도 우리나라에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타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기요금과 우수한 전력 인프라가 우리나라를 선택한 이유다.

데이터센터 증가는 건설 분야와 지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급증하는 전력 공급을 위해 정부와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환경부하도 커진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지난해 정부가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한데 이어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비롯한 정부 기관들 또한 탄소중립을 선언한 상황이다. 데이터센터 증가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를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더욱 큰 관심이 필요하다.

전 세계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는 클라우드 사용과 데이터양이 증가함에 따라 함께 급성장하고 있으며,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가 확산되고 있다.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는 기존의 데이터센터보다 규모가 크고 상황에 따라 데이터센터의 시스템, 메모리, 네트워크, 스토리지 등을 유동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데이터센터다.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에 대한 수요는 민간 영역에서뿐만 아니라 공공 분야, 특히 국가연구개발사업 분야에서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과학기술 10대 분야별 산·학·연 전문가가 모여 중장기 과학기술 연구개발정책과 관련해 국가적으로 관리해야 할 연구시설에 대한 구축·운영 방향을 논의한 바 있다. 이때에도 과학기술 10대 분야가 공통으로 데이터센터형 연구시설 필요성을 요구했다.

KISTI 국가초고성능컴퓨팅센터는 30여 년간 국가연구개발사업과 산업계를 지원할 목적으로 초고성능컴퓨터와 과학기술연구망을 구축·운영해 왔다. 또 국가데이터생태계 구축을 선도하고 있다. 이를 배경으로 민간과 공공 분야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증가하는 수요 전체를 단독으로 대처할 수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정부부처, 지자체, 기술 분야 간 균형을 맞춰 효과적인 데이터센터를 구축해야 함은 물론 모두의 수요에 부응하여 데이터센터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이에 켄 크로포드의 질문에 한 가지를 더해 묻고 싶다.

'우리나라에는 과연 얼마나 많은 데이터센터가 필요한가' '그 많은 데이터센터를 국민의 세금으로 구축·운영하는 것이 옳은가' '범정부 국가 데이터센터 공동활용 체계를 구축할 수는 없는가'.

조민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부원장 msjoh@kist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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