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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증·대형 법인보험대리점(GA) 소속 설계사와 보험회사 전속설계사 추이

#최근 보험시장에서 법인보험대리점(GA) 영향력이 확대되는 가운데 보험회사들이 자회사형 GA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GA는 보험회사와 계약을 맺고 보험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대리점을 말한다. 일종의 대형마트 개념이다. 특정 회사 상품에 제한되지 않아 모든 생명·손해보험회사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 업계 GA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설계사 이탈까지 확산하면서 최근에는 보험회사들이 이 같은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직접 자회사 설립을 추진하는 분위기다.

최근 국내 빅3 생보사 중 하나인 한화생명이 제판분리(제조와 판매 분리)를 선언, 자회사형 GA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설립을 밝히면서 이목이 집중됐다. 미래에셋생명, 현대해상, 하나손해보험 등도 자회사형 GA를 설립하거나 추진했다. 업계에서 이들 회사가 자회사형 GA를 기반으로 어떤 판매 전략 등을 세울지 관심이 쏠린다. 최근 GA 시장에 뛰어든 보험회사의 특징과 자회사형 GA에 대해 짚어본다.

◇한화생명, 초대형 GA 설립 'D-2'…통합 판매 전문회사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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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빅3 생보사인 한화생명은 내달 1일 자회사형 GA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출범하고 본격 제판분리에 나선다.

앞서 한화생명은 이달 15일 주주총회를 열고 판매자회사 한화생명금융서비스 분할 계획서를 승인했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분할등기, 분할보고 총회, 창립총회 등 분할 절차를 거쳐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한화생명 내에 전속 판매채널을 물적분할로 분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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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교 한화생명금융서비스 대표이사

한화생명은 영업통을 초대 대표이사에 배치했다. 한화생명은 한화생명금융서비스 대표 이사에 보험 영업 베테랑인 구도교 한화생명 영업총괄 전무를 내정했다. 구 신임 대표는 지역본부장, 개인영업본부장과 CPC전략실장을 거친 데 이어 2018년부터 한화생명 영업총괄로 회사 영업 전략을 진두지휘한 핵심 전문가로 평가를 받았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가 설립되면 단숨에 업계 1위 공룡 GA가 탄생한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약 540여개 영업기관, 1400여명 임직원, FP(보험설계사)만 2만명에 달한다. 현재 업계 1위 GA의 경우 설계사는 1만5000여명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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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교 한화생명금융서비스 대표이사 내정자(오른쪽)와 조용일 현대해상 대표이사 사장이 생·손보 통합컨설팅 고도화 추진 업무협약식을 마치고 기념촬영했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생명보험 상품만을 취급한다. 다만 손보사는 회사 문호를 개방했다. 최근 현대해상을 비롯해 삼성화재 등 국내 대형 손보사와 업무제휴도 체결했다. 앞서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최근 현대해상과 협약을 통해 △생·손보 통합 컨설팅 기법 공동개발 △시장변화에 따른 상품혁신 아이디어 공유 △협업상품 판매 활성화를 위한 홍보·마케팅 공동추진 등에서 협력을 약속했다.

한화생명은 판매 역량 강화와 디지털 금융 플랫폼 서비스를 통해 한화생명금융서비스와 고객에게 폭넓은 선택권을 제공하는 등 통합 판매 컨설팅 전문회사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미래에셋생명, IT·디지털 인프라 기반으로 종합자산관리 컨설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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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세 번째부터)미래에셋금융서비스 하만덕 대표이사 부회장, 변재상 미래에셋생명 대표이사 사장, 김평규 영업총괄대표 전무가 미래에셋금융서비스 현판식을 마치고 기념촬영했다.

미래에셋생명은 이달 초 업계 첫 제판분리를 마무리하고, 자회사형 GA '미래에셋금융서비스'를 출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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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생명은 미래에셋금융서비스 설립을 위해 지난해 12월 채널혁신추진단을 출범하고 영업제도와 조직 재정비, 정보기술(IT) 인프라 구축 등 관련 절차를 준비했다. 지난 2월에는 700억원 유상증자를 통해 미래에셋금융서비스 자본금을 900억원으로 확대했다. GA 업계 1위 회사의 자본금 규모가 350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투자를 단행했다.

미래에셋금융서비스는 전국 41개 사업본부를 운영하는 조직으로 설립됐으며, 3500여명 FC가 고객 맞이를 시작했다.

미래에셋금융서비스는 GA가 가진 장점을 살펴 다양한 보험상품을 비교·분석해 최선의 포트폴리오를 고객에게 제시하고, 모바일 중심 디지털 인프라 구축과 다양한 플랫폼과 제휴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래에셋금융서비스는 현재 8개 손보사, 6개 생보사와 제휴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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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덕 미래에셋금융서비스 대표이사

미래에셋생명은 업계 대표 장수 CEO인 하만덕 미래에셋생명 부회장을 미래에셋생명금융서비스 초대 대표이사에 선임하면서 역량을 집중했다. 하만덕 부회장은 10년 동안 미래에셋생명을 이끌었으며 기업공개(IPO), 베트남 진출, PCA생명 합병 등을 추진하는 등 굵직한 성과를 거둔 실무형 전문가라는 평을 받는다.

미래에셋생명은 원수사 전문 분야에 역량을 집중해 고객 맞춤형 혁신상품 개발과 함께 방카슈랑스, 법인영업 등 제휴 채널에 경쟁력 있는 상품을 제공하고 차별화된 고객 서비스 구현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대해상, 새로운 자회사형 GA '마이금융파트너' 설립 추진…4월 영업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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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회사형 GA 설립은 손해보험업계까지 확대됐다. 현대해상은 자회사형 GA 설립을 확정하고, 사명을 '마이금융파트너'로 정했다. 자본금 200억원으로 설립되는 마이금융파트너는 현재 법인등기를 마치고 설계사 등 모집에 들어갔다. 이르면 4월부터 영업을 개시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현대해상은 지난해 말 중장기 경영전략에 따라 자회사형 GA 출범 등 영업력 강화를 목표로 한 채널전략추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설립 절차를 진행했다. 다만 현대해상은 여타 자회사형 GA와 다르게 새로운 형태로 회사를 설립한다. 현대해상은 전속설계사조직을 그대로 유지한 채 자회사형 GA에 새로 외부인원을 채용하는 방안으로 절차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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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용 마이금융파트너 대표이사

현대해상도 마이금융파트너 초대 대표이사에 실무형 전문가가 포진했다. 마이금융파트너 대표에는 김재용 현대해상 채널 전략 태스크포스(TF) 상무가 내정됐다. 김재용 상무는 채널전략추진TF를 이끌며 자회사형 GA 설립을 주도한 인물로 강남AM사업부장, 마케팅기획부장, 마케팅지원부장, 광주사업부장 등 영업분야에서 20여년 경험을 가졌다.

자회사형 GA 설립으로 현대해상의 영업력도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현대해상의 전속설계사는 1만2000여명 수준이다. 여기에 자회사형 GA 설계사까지 포진되면 상당한 수준의 영업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자회사형 GA 설립으로 현대해상의 1000만 고객 달성도 가시권에 들어올 것으로 관측된다.

◇인슈어테크 전문가 영입한 하나손보…디지털 기반 플랫폼 영업 기대

디지털 손해보험사를 표방한 하나손해보험도 자회사형 GA '하나금융파트너'를 준비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최근 하나금융파트너 초대 대표이사로 남상우 전 리치플래닛 대표를 선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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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우 하나금융파트너 대표이사

남상우 신임 대표는 LG인터넷, 라이코스코리아, SK커뮤니케이션즈 등 인터넷 서비스 기업을 거쳐 2015년 리치앤코에 입사했다. 이후 리치앤코 자회사 리치플래닛 대표를 맡아 보험 관리 플랫폼 '굿리치'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실제 하나금융도 남 대표 선임 배경에 대해 “보험 관리 플랫폼 굿리치를 성공적으로 경영한 성과 등을 통해 디지털과 플랫폼 분야 전문성을 인정받았다”면서 “보험시장 혁신을 위해 플랫폼에서 영업조직까지 총괄할 수 있는 통찰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나금융파트너는 법인 설립 목적으로 보험대리점업 뿐 아니라 금융자문컨설팅업도 함께 신고했다. 단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변액보험, 저축성보험 등 투자 성격 상품까지 관할하면서 소비자에게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업계에선 하나금융파트너가 남 대표가 이전에 총괄한 굿리치와 유사한 플랫폼 기반 영업 활동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하나금융파트너는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전문 인력 등 영업에 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사, 자회사형 GA 설립 이유…경영환경 변화, 비용절감 커

보험회사들이 자사 전속채널에서 외부 독립채널인 법인보험대리점(GA) 채널을 활용하는 배경에 대해 소비자 요구 변화 등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함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이외에도 보험회사 비용관리, 규제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 등도 관련이 깊다.

현재 GA 채널은 소비자 요구에 부합한 상품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험시장 내에서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실제 2018년 말 중대형 GA 소속 설계사는 18만746명으로 집계돼 보험회사 전속설계사(17만8358명) 비중과 점차 격차를 벌리고 있다.

GA 채널에 대한 영향력도 막강해지고 있다. 2019년 말 중·대형 GA 수수료 수입은 7조4302억원으로 처음으로 7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전년 대비 20.8%(1조2788억원) 증가한 규모다. 부문별로는 같은 기간 생보사 12.5%, 손보사 26.9% 수수료 수익이 늘었다. 같은 기간 보험사들의 수입보험료가 생보사 5.8%, 손보사 4.9% 각각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증가세다.

이는 소비자가 상대적으로 복잡하고 전문적인 자문 기능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면서 상품 판매 기능에만 초점을 맞춰 오던 전속 모집인 역할에 한계가 나타나기 시작한 이유에서다.

향후 보험회사의 자회사형 GA 설립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000년대 초반 GA가 등장한 이후 전속설계사들의 이탈이 늘어남에 따라 보험회사는 이를 방지하고자 자회사 형태의 GA를 설립하는 형태가 확산된 데 따른 것이다. 이는 특정 보험회사에 소속돼 해당 회사 보험상품만을 판매하는 것보다 다양한 상품을 취급할수록 더 많은 보상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탈도 크게 늘고 있다.

비용부담도 자회사형 GA 설립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풀이된다. 보험산업 저성장 지속과 수익성 악화로 비용절감 차원에서 전속채널 운영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외에도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4대 사회보험 확대 적용 시 보험회사에서 추가로 부담해야 할 인건비 관리 대안 중 하나로 자회사 형태의 판매전문회사 설립도 거론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문인력 교육에 상당한 고정비용이 소요됨에도 1~2년 후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GA로 넘어가는 설계사들이 상당하다”면서 “다양한 회사 상품을 전문적으로 컨설팅 받고자 하는 소비자에 대응할 수 있고, 회사 입장에서는 비용관리도 가능해 자회사형 GA 설립에 업계가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