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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식품의약국(FDA)이 2017년 약물중독 치료를 위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리셋(reSET)'을 허가한 이후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디지털 치료제(DTx:Digital Therapeutics)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얼라이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디지털 치료제 시장은 2018년 21억 2000만달러 규모에서 연평균 19.9% 성장해 2026년에는 96억 4000만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 치료제는 치료 작용기전에 대한 과학적·임상적 근거를 바탕으로 의학적 장애나 질병을 예방·관리·치료하기 위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SW) 의료기기를 말한다. 1세대 치료제인 합성 신약, 2세대 바이오 의약품에 이어 3세대 치료제로 각광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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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페어 테라퓨틱스의 불면증 디지털 치료제 솜리스트>

◇뜨는 '디지털 치료제' 뭐길래…임상 효과 입증·의사 처방 필수

디지털치료제는 SW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하드웨어(HW) 없이 SW 그 자체로 의료기기가 되는 SW 의료기기(SaMD:Software as a Medical device)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치료라는 목적을 달성해야하기 때문에 기존 의약품과 마찬가지로 임상 검증을 통해 치료 효과에 대한 확실한 근거를 제시해야 하고 규제가 엄격하게 적용된다. -의사 처방을 통해 투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과 구분된다.

디지털 치료제 관련 협회인 DTA(Digital Therapeutics Alliance)에 따르면 디지털 치료제의 역할은 환자에게 여태까지 충족되지 못했던 의료 요구에 대한 새로운 치료 도구를 제공하는 것이다. 의약품, 의료기기 등 전통적인 치료법과 병행하거나 독립적으로 사용될 수 있으며, 현재 사용되는 치료법을 개선하거나 특정 의약품 또는 특정 치료에 대한 의존도를 감소시키는데 목적이 있다.

디지털 치료제는 약물중독이나 우울증 등 정신·신경계 질환뿐만 아니라 천식, 당뇨 등 다양한 질환의 치료에 적용될 수 있다. 경도인지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인지재활훈련을 통해 알츠하이머 치매를 예방하는 SW,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혈압을 모니터링하고 항고혈압 약물 조절을 통해 정상 혈을 유지 관리하는 SW 등 예방·관리와 치료 분야를 아우른다. 전임상 단계가 없는 등 기존 신약 개발에 비해 비용이나 시간이 적게 드는 것도 특징이다.

◇해외에서 디지털 치료제 속속 상용화…국내 허가 제품은 '0'

2017년 9월 미국 FDA가 세계 최초로 페어테라퓨틱스의 약물중독 치료용 앱 '리셋'을 허가하면서 시장이 본격 형성되기 시작했다. 리셋은 약물 중독 환자들이 기존 치료 프로그램에 더해 의사의 처방을 받아 사용할 수 있는 12주 치료 프로그램이다.

페어테라퓨틱스는 2018년 12월 마약성 진통제 중독을 치료하는 디지털 치료제인 '리셋오(reSET-O)', 지난해 3월 불면증 치료를 위한 디지털 치료제인 '솜리스트(SOMRYST)'로 FDA 승인을 받으며 업계 선두로 떠올랐다.

지난해 6월에는 FDA가 미국 아킬리 익터랙티브가 만든 게임 형태의 디지털 치료제 '엔데버RX'를 승인하면서 주목받았다. 8~12세 소아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환자가 캐릭터를 조종해 장애물을 피하는 모바일 게임을 하며 주의력을 향상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의사의 처방을 통해 사용되는 최초의 게임 형태 디지털 치료제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내에서는 디지털 치료제로 허가 받은 사례는 아직 없지만 다수 기업에서 개발을 진행 중이다. 뉴냅스가 개발한 뇌 손상으로 인한 시야장애를 치료하는 가상현실(VR) 기반 디지털 치료제 '뉴냅비전'이 식약처 임상시험계획 승인을 받아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라이프시맨틱스는 호흡질환자 재활 프로그램 '레드필 숨튼'과 암환자 재택 예후 관리 프로그램 '레드필 케어'를 디지털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삼성전자에서 스핀오프한 스타트업인 웰트는 알코올 중독과 불면증 등을 적응증으로 하는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빅씽크테라퓨틱스는 미국에서 강박장애(OCD) 환자를 대상으로 인지행동치료를 제공하는 디지털 치료제제 임상에 돌입할 계획이다.

◇디지털 치료제에 몰리는 투자…의료 체계 진입은 과제

국내외 전문 투자사와 대형 제약사들도 잇따라 디지털 치료제 분야에 관심을 가지며 투자금도 몰리고 있다. 페어 테라퓨틱스는 최근 시리즈D 투자에 2000만달러를 추가했다는 소식을 발표했다. 전체 시리즈D 총액은 1억달러에 이른다.

베링거인겔하임은 미국 클릭테라퓨틱스와 5억달러 규모 디지털 치료제 공동개발 계약을 했다. 노바티스는 페어 테라퓨틱스와 손잡고 조현병 디지털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국내에서는 최근 한독이 웰트에 30억원 규모 지분투자를 하고 알콜 중독과 불면증 디지털 치료제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국내에서도 곧 공식 1호 디지털 치료제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식약처는 지난해 8월 디지털 치료제의 정의, 판단 기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지난해 시행된 혁신의료기기 지원법에 따라 디지털 치료제를 포함한 혁신의료기기의 신속한 허가심사를 지원하기 위한 가이드라인도 마련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연구 단계를 넘어 기업에서 디지털 치료제 관련 투자가 시작되고 있는 만큼 특허와 지식재산권 보호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가 있다”면서 “국내에서도 디지털 치료제가 실제 환자에게 투약되기 위해 관련 처방 기준 확립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