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D-1년]사라진 소주성, 뇌관된 부동산

文 정권 공약 이행률 13.7%…역대 대통령 대비 아쉬운 수치
정권 초기 '일자리 정부' 표방…코로나 영향 등 고용위기 심각
부동산 정책 25번 발표에도 투기 수요·집값 상승 못 잡아
일자리·부동산 등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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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초청 간담회에 참석하며 이낙연 대표와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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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초청 오찬간담회에서 “역대 가장 좋은 성과를 낸 당·정·청이라고 자부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거대여당의 입법 지원을 받으면서 국정운영에 숨통이 트였다는 것을 강조한 셈이다. 문 대통령 발언처럼 현 정부는 권력기관 개혁 등 주요 국정목표를 달성하는데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적폐청산 분야 몇몇 공약은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정부청사 이전, 고위 공직자 임용 기준 강화, 노인일자리 수당 2020년까지 월 40만원으로 인상 등의 공약은 폐기처분됐다. 탈원전 정책 일환으로 이뤄진 '신고리 5, 6호기 공사 중단 및 이후의 모든 신규원전 건설계획 백지화' 공약은 '국민 대표'로 선정된 시민참여단 471명의 최종 공론조사 결과로 인해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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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8%

3월 9일 현재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이행률(4년차)을 살펴보면 완료 비율은 13.78%에 그치고 있다. 물론 '진행 중' 공약은 총 784건 중 440건으로 56.12%로 집계됐다.

팩트체크 전문 미디어 뉴스톱이 주관하고 참여연대와 언론개혁시민연대, 포항공대 인공지능연구원 등 28개 시민사회단체 및 기관이 문재인 정부 대선공약 이행을 점검하는 '문재인 미터' 자료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탄핵 당하며 무너진 박근혜 정부 4년차 공약 이행률은 42%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이명박 정부(39.5%)와 노무현 정부(43.3%·이상 4년차 공약 이행률)는 물론 김대중 정부의 18.2%(5년) 공약 이행률에도 미치지 못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전 세계적 위기라는 변수가 있지만 아쉬운 수치다. 특히 개헌을 제외한 모든 법안의 단독 처리가 가능한 180석 거대여당이 지원하는 상황에서 13%라는 공약 이행률은 변명의 여지가 없어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입법권과 예산 승인(국회), 행정력(정부)을 모두 동원할 수 절대권력을 쥐고 있는 상태다. 때문에 여대야소 국회의 힘을 등에 업고 남은 1년 간 이행률 상승이 기대된다.

그러나 현재 가장 큰 문제는 국민이 체감 가능한 정책 공약이 미비하다는 점이다. 문재인 미터는 문재인 정부 공약이 '추상적'이라고 비판했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주최 국정운영 평가토론회에선 남북문제와 같은 정치적 문제에만 관심 있고 경제문제에는 관심이 없다며 '중남미형 좌파정권'이라는 지적까지 불거졌다.

◇빛바랜 일자리·소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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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24일 청와대 여민관 대통령 집무실에 대한민국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하고 출입기자단에게 소개하고 있는 모습. 청와대 제공

문재인 정부는 정권 초기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직속 일자리 위원회를 설치하고 청와대 집무실 내 일자리 현황판을 마련했다. 일자리를 직접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혁신성장을 3대 축으로 한 경제 활력 정책도 추진했다. 경제를 살리면서 노동존중사회를 만들겠다는 문 대통령 의지가 반영되면서 정권 초기에는 소주성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기도 했다. 4년이 지난 현재 소주성이라는 단어는 사라졌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부메랑처럼 돌아왔다. 2018년 전년 대비 16.4%, 2019년 10.9%를 올렸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영세기업은 채용을 줄였고 일자리를 구하려는 청년들도 피해를 봤다. 2020년 2.9%, 2021년 1.5% 올리는데 그치면서 노동계에서도 비판을 받았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한 의원은 “헌정 사상 초유의 탄핵 사태로 정부 출범 당시 준비 시간이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없이 정부가 출범하면서 부작용을 간과했다는 뜻이다. 정부는 2019년 말 이후 소득주도성장 대신 포용성장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으나 이전처럼 강한 드라이브를 걸지는 않고 있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지만 일자리도 위기 상황이다. 코로나19에 따른 방역강화 조치까지 더해지면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문 대통령도 지난달 15일 수석비서관·보좌관회의, 16일 국무회의에서 연이틀 고용위기 상황에 대한 타개책 마련을 주문했다. '역대급 고용위기'라는 표현까지 썼다. 1월 취업자 수가 전년동기대비 100만명 감소하고 실업자는 157만명으로 41만7000명 늘어났기 때문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코로나19 방역과 경제 활성화도 중요하지만 지금 당장 시급한 과제는 일자리”라고 했다.

◇뇌관된 부동산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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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들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에서 문재인 정부 4년여간 부동산 대책 및 서울 아파트단지의 월별 시세변화에 대한 분석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손팻말을 들고 있다. 왼쪽부터 경실련 김성달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 윤순철 사무총장, 김헌동 부동산건설개혁본부 본부장, 정택수 부동산건설개혁본부 팀장.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출범 당시 100대 국정과제에서 포용적 복지국가를 위해 '서민이 안심하고 사는 주거 환경 조성'과 '청년과 신혼부부 주거 부담 경감'을 발표했다. 핵심기조는 '주택 공공성 강화'였다. 집이 '투자' 대상이 아닌 '거주'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명확히 인식시키기 위해 투기수요를 철저히 차단하는데 주력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25번의 부동산 정책을 발표했다. 국토교통부를 4년 가까이 지휘했던 김현미 전 장관이 24번, 올해 초 부임한 변창흠 장관이 1번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결론적으로 부동산 문제는 문재인 정부의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을 늘려가면서 투기 수요 억제에 나섰지만 집값은 천정부지 치솟았다. 경실련은 지난 4일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 아파트값이 82% 상승했다는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2017년 문 대통령 취임 당시 6억6000만원이었던 서울 82.6㎡(25평형) 아파트값은 지난해 12월 기준 11억9000만원으로 상승했다. 4년 사이 5억3000만원이 올랐다.

문 대통령은 올 초 집값을 반드시 잡겠다며 국토부 장관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출신 변창흠 장관을 앉혔다. 변 장관이 공공 위주 공급 등 3기 신도시 중심으로 한 25번째 부동산 정책을 발표하자, LH 임직원의 3기 신도시 땅투기 의혹이 불거졌다. 문 대통령은 땅투기 의혹이 불거진 뒤 매일 한 두차례씩 엄정한 조사와 처벌을 지시하고 있지만, 민심은 싸늘하게 식은 상태다. 위기 상황 속에서도 30% 후반대 지지율을 기록하던 문 대통령 지지율에 금이 가면서 '레임덕'에 들어설 경우 향후 남은 정부 역점 사업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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