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비트코인'이 새해 들어서도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지만 주식과 달리 공직자 신고의무가 부여되지 않아 개선책이 요구된다. 암호화폐로 사익을 추구하는 정책이나 법을 만들어도 막을 수단이 없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국회 입법 논의마저 미뤄지면서 제도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 20대 국회에서 공직자 이해충돌을 방지하고자 암호화폐를 재산신고 대상으로 포함하는 법안이 3건(정동영·노웅래·기동민 의원) 발의됐지만 모두 폐기됐다. 공무원, 국회의원 등이 지위를 활용해 사적 이익을 추구하거나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해충돌을 막기 위한 법안이다. '공직자 윤리법'에 암호화폐를 재산신고 대상으로 포함시키는 내용을 담았지만 한 건도 통과되지 않았다.
21대 국회 들어서도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비슷한 내용의 공직자 윤리법을 지난해 11월 발의했다. 법안은 소유자별 합계액 '1000만원 이상' 암호화폐를 재산등록 대상에 포함시키는 내용이다. 이 법안도 상임위에 회부됐을 뿐 한 번도 상정되지 못하며 논의의 대상에서 빠졌다.
현행 공직자 윤리법에는 공직자 및 공직후보자의 경우 토지, 주택과 1000만원 이상 현금, 주식, 채권 등을 재산으로 등록하도록 나와 있다. 공직자의 부정한 재산 증식을 방지하고, 공무집행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등 공익과 사익의 이해충돌을 방지하고자 재산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다.
지난해 박덕흠·전봉민 국민의힘 의원 등이 지위를 이용해 이해충돌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국회에서 관련 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암호화폐 논의는 빠져 있다.
그 사이 암호화폐 가격은 치솟았다. 미국 CNN은 비트코인 가격이 2일(현지시간) 종전 사상 최고가인 3만3000달러(약 3580만원)를 넘었다고 보도했다.
연일 3000만원이 넘는 신고가를 쓰는 비트코인을 수십, 수백개 갖고 있어도 공개할 근거가 없다. 국회의원 월급으로 암호화폐 구입 후 재산이 증가했더라고 밝히지 않아도 된다. 암호화폐를 보유한 의원이 사익을 추구하는 법안을 내도 방지할 근거가 없다.
국회사무처 감사관실은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는 재산의 종류로 등록돼 있지 않다”며 “비트코인은 공직자 윤리법 해당사항이 아니어서 신고 대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할 등록대상 재산이라고 안내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사혁신처 재산심사과 관계자 역시 “법에 등록된 재산은 주식, 부동산 등 규정이 있는데 암호화폐는 규정되지 않았다”며 “현재 가상자산 신고를 누락했다고 해서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은 없다”고 말했다.
인사혁신처는 암호화폐를 등록 재산으로 포함시킬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인사처 윤리정책과 관계자는 “암호화폐를 (재산신고 항목으로 포함시키는 것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민형배 의원은 “공무원이나 국회의원 같은 공직자들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취하거나 입법을 통해 사익추구하는 것을 막으려면 암호화폐 보유현황을 공개해야 한다”며 “현행 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해 암호화폐를 등록대상 재산 범위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