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8년 세계를 강타한 스페인 독감이 종식되는 데는 2년이 걸렸다. 현재 백신 개발과 접종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적어도 내년까지 코로나19와의 공존이 지속될 가능성이 짙다. 집단면역을 확보하려면 인구의 60~70%가 백신을 접종해야 의미가 있는 데다 항체가 얼마나 지속되는지 검증도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베스트 시나리오'일 때 이야기다.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같은 느낌이다. 방역 일선의 의료진은 번아웃을 호소한다. 길어지는 영업 제한에 자영업자는 폐업 위기에 몰렸다. 1년 가까이 지속된 거리 두기에 국민 피로감도 높아졌다.
신속한 검사(Test), 철저한 감염자 추적(Tracing), 완벽한 격리·치료(Treatment)라는 '3T'를 내세워 호평받던 K-방역은 통제를 기반으로 한 방역 모델로 많은 부작용도 낳고 있다. 광범위한 역학조사와 감염자 추적은 국민 자유 침해에 대한 정당성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치적 목적을 띤 선택적 방역이라는 불만도 제기되며 정쟁 수단으로 변질되기도 했다.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혐오와 차별, 사회적 낙인찍기도 일상화됐다. 거리 두기 기준의 모호성과 형평성 논란으로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불만은 정부의 코로나19 백신 확보 불확실성으로 폭발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방역수칙 위반 사례를 신고하면 포상하는 정부의 '코로나19 신고포상제'도 논란이 다. '코파라치'(코로나+파파라치)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방역 사각지대 해소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을 수 있지만 국민이 서로를 감시하고 불신하는 사회를 만드는 팬옵티콘 장치라는 비판도 있다.
코로나19의 근본 해결을 위해서는 백신과 치료제가 핵심 역할을 할 것이다. 당·정·청은 내년 2월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작을 약속했다. 집단면역을 작동시키기 충분할 정도의 백신 수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국민의 자발적 협조가 필수다. 현재와 같은 형태로는 바이러스와의 공존이 불가피하다. 정부와 국민 간 신뢰에 금이 간다면 어떤 방역 정책도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K-방역의 우수함을 선전하기보다 국민 감정에 공감하며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다. 코로나19 2년차에 접어드는 새해를 맞으며 지속 가능한 방역을 고민해야 할 때다.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