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1일 “민간 연구개발(R&D) 역량이 궤도에 오르지 않은 과학기술 분야에 대해서는 정부가 주도적 역할을 하고, 세계 수준으로 봐도 손색이 없고 오히려 앞서나가는 많은 분야는 과감히 민간기업에 맡겨야 한다”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제3차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전원회의를 주재하고 “국가과학기술 역량을 정부가 주도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국가 R&D에서 정부·민간 투자간 명확한 역할 구분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산업 분야에서 민간과의 경쟁·중복을 피하고 정부는 기초·원천이나 국민이 성과를 체감할 수 있는 R&D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본지 12월 10일자 1면 참조〉
문 대통령은 “(과학기술은) 국민의 생활과 긴밀하게 호흡하면서 국민의 안전과 쾌적한 삶을 실현하는 기술을 발전시켜야 한다”면서 “기후변화, 감염병, 미세먼지, 폐플라스틱, 해양쓰레기 같은 국민 삶과 밀접한 분야에 정부와 과학기술계가 더 큰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주문했다.
이와 함께 “규제샌드박스와 규제자유특구 등 규제 혁신 속도를 높이는 한편 조세 감면과 공공 조달 확대 등 지원을 더하라”면서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이 혁신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과감한 정책을 강구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탄소중립 사회를 위한 과학기술 개발에 대한 전략도 당부했다. 저탄소 산업과 에너지 구조로 전환하는 매우 어려운 과제라며 탄소 중립 로드맵을 과학기술이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회의에선 △민간기업 기술혁신 선제적 지원 전략 △국민 안전과 쾌적한 삶을 실현하는 R&D 전략 등 2개 안건이 확정됐다.
김성수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민간기업 기술혁신 선제적 지원 전략'을 보고했다. 새해 기업의 정부 연구과제 연구비 매칭 부담을 줄이고, 기술료 납부는 기업의 수익 창출 이후로 유예된다.
정부는 향후 2년간 기업 R&D 비용 부담이 약 1조원 절감될 것으로 내다봤다.
민간 재원으로 5000억원 규모의 '기술혁신 전문펀드'를 조성하고 민간 전문가가 사업의 전권과 책임을 갖고 도전적 목표 달성에 매진하는 연구개발 모델(K-R&D 모델)을 새해에 제도화한다. 염한웅 과기자문회의 부의장은 '국민 안전과 쾌적한 삶을 실현하는 연구개발 전략' 보고에서 현재 1조5000억원 규모의 사회 문제 해결 R&D 투자를 오는 2025년까지 약 3배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새해 정부와 민간을 합쳐 R&D 100조원 시대를 열 것”이라면서 “선도국이 되고자 하는 야망이라고 해도 좋다”고 자신했다. 문 대통령이 과기자문회의 전원회의를 직접 주재한 것은 2018년 7월 이후 2년 5개월 만이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