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이터 걸림돌 될라"...금융실명법 '독소조항' 무효화

신정법에 특례조항 신설해 적용
금융지주·본점에 정보 모이는데
"특정 점포에 요구하라" 모순 지적
데이터 취합·유통 불편 해소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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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마이데이터 산업 육성을 위해 금융실명법 데이터 전송 규제를 사실상 무효화하는 특례 조항을 신용정보법(신정법)에 신설한다. 금융실명법이 상위법이지만 해당 규제로 데이터 결합·가공에 제한을 둔 독소조항을 원천 무효화하는 조항을 하위법에 신설하는 것이다. 금융실명법으로 인해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개별로 은행 지점 및 점포에서 정보를 전송받게 될 경우 초기 시장 활성화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기관은 물론 빅테크와 다양한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이 데이터 운용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금융실명법을 피해 갈 수 있게 됐다.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제4조는 거래정보를 받을 때 금융회사 등 특정 점포에 요구해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법대로 할 경우 데이터를 가져올 때 금융지주사나 본사가 아닌 특정 지역 점포에 데이터를 요구해야 한다. 전송도 해당 점포가 해야 한다.

한 금융사 고위 관계자는 “전국 지점이나 점포에 모인 데이터는 전산을 통해 본점에 집적되는데 현 금융실명법을 적용하면 지방자치단체나 여러 마이데이터 관련 기관이 특정 점포에 데이터를 요청하는 모순이 발생한다”면서 “금융실명법 규제 조항이 마이데이터 정보 집적이나 유통에도 적용되는지 협의한 바 없어 많은 기업이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실명법에 따르면 거래정보 등의 제공을 요구하는 자는 금융회사 등 특정 점포에 이를 요구해야 한다. 거래정보는 명의인 인적사항은 물론 거래기간, 거래정보가 모두 포함된다.

데이터 중계기관과 마이데이터 태스크포스(TF)에서도 금융실명법 조항이 마이데이터 영역에 적용되는지 등 구체적인 협의는 없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때문에 뒤늦게 금융실명법 규제 조항으로 금융지주사나 본점을 활용한 데이터 가공·결합이 불법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금융위원회와 주요 부처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정법에 금융실명법 독소조항을 무효화하는 특례조항을 만들어 적용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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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관련 규정이 있음에도 개인신용정보 전송 요구를 받는 곳은 지체 없이 해당 정보를 전송해야 한다는 별도 조항을 신설하고, 마이데이터 사업에 즉시 적용하는 데 합의했다.

개인신용정보 전송 요구에는 국세기본법은 물론 지방세기본법, 개인정보보호법, 금융실명법이 해당한다. 금융실명법이 상위법이지만 이 조항을 적용하면 지점이 아니어도 정보 등을 가공·결합·유통할 수 있게 된다.

이로 인해 마이데이터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대형 은행과 카드사, 지점을 보유하고 있는 다수 기업은 금융실명법 규제를 피해갈 수 있게 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보처리 장치로 처리가 가능한 형태의 데이터는 신정법 조항을 근거로 자유롭게 전송 등을 할 수 있다”면서 “두 법이 상충된다기보다는 서로 다른 영역을 근거로 만들어져서 달리 해석될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수 기업은 금융위의 이 같은 특례조항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표했다.

한 빅테크 관계자는 “새해 초에 시행되는 마이데이터 산업의 시드머니가 될 거래정보를 놓고 뒤늦게 금융실명법 규제 단서 조항이 드러나면서 유관 업계에서 정확한 유권해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면서 “지점이나 점포에서 데이터를 모은 후에 이를 다시 본사나 지주사 승인을 받고 또 가져와서 보내야 하는 시름을 덜게 됐다”고 밝혔다.

또 다른 마이데이터 인가 신청 금융사는 “디지털 혁신이 가속화되는 시점에서 현실과 괴리된 금융실명법 일부 조항이 적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는데 금융 당국이 선제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 줘서 감사하다”고 설명했다.


[표]마이데이터 관련 금융실명법 vs 신용정보법 상충 내용

"마이데이터 걸림돌 될라"...금융실명법 '독소조항' 무효화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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