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담장 위를 걷고 있다는 공무원들의 자조가 문재인 정부에서도 되풀이됐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2명이 구속되면서다. 이들은 월성1호기의 경제성 평가 관련 문서를 삭제하고, 이를 지시한 혐의다. 물론 구속이 '유죄'라는 의미는 아니다. 법원은 구속 배경으로 '증거 인멸 가능성'을 내세웠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문서를 삭제한 것 자체가 법원으로는 증거 인멸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면서 “구속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무원 구속에 대한 파장이 만만치 않다. 이들이 월성1호기 폐쇄 당시 '탈원전 정책' 실무진이었기 때문이다. 탈원전 정책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고, 그들은 국정 과제를 이행한 실무자일 뿐이다. 문제는 검찰이 문 대통령을 정조준했다는 여당과 윗선을 밝혀야 한다는 야당이 맞붙고 있다는 점이다. 정책 공방이 아니라 정쟁으로 비화됐다.
공무원 직무는 국가공무원법의 적용을 받는다. 국가공무원법 57조는 '공무원이 직무를 수행할 때는 소속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명령에 복종한 공무원들만 '희생양'이 된 모양새다. 검찰 수사가 윗선을 향하고 있지만 입증하는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공직 사회는 공무원 구속 자체로 잔뜩 움츠러들었다.
한 정부기관 관계자는 “실무자들이 무슨 죄가 있겠느냐”면서 “공직 사회 특성상 일신상 불이익 때문에 상부의 지시를 따르지 않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공무원들의 위기는 국가적 손실이다. '언제든 나도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분위기는 비적극 행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무원은 '국가 또는 지방공공단체 사무를 맡는 자'다. 일을 맡는 사람만 있고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면 공직 사회는 잘 굴러갈 수 없다.
이번 사태로 공무원들의 적극 행정이 불가능한 분위기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미 차후에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정책은 아예 손대지 않겠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지금은 공무원 위기지만 길게 보면 국가 위기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