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결원, 기업과 컨소시엄 꾸려 프로젝트 수행
단계별 로드맵 도출...中·日 제치고 사업 수주
실시간 자금이체 등 4개 국가결제시스템 구축
모바일 혁신까지 전수...동남아 등 관심 높아
바카스와 툭툭이(이동수단)의 나라 캄보디아에 한국 IT금융시스템이 통째로 이식됐다. 캄보디아 경제 통로에 한국 정보기술(IT)이 실크로드 주역으로 부상했다.
일본과 중국을 제치고 동남아금융 허브로 부상 중인 캄보디아에 토종 지급결제 시스템, 그것도 한국 브랜드 IT금융시스템을 국가 전반에 입히는 첫 사례다. 한국 금융망 운영기관인 금융결제원과 디리아, 모빌씨앤씨 등 민간기업이 뭉쳐 캄보디아 국가결제시스템 전반을 구축했다.
캄보디아를 기점으로 이제 한국 디지털 기반 IT금융시스템이 해외로 저변을 넓히는 마중물이 될 전망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디지털 지급결제 시스템 노하우를 전수받기 위해 다양한 국가에서 한국에 러브콜을 보내며 나비효과를 촉발했다.
캄보디아 수출을 계기로 이제 국내 디지털 채널은 세계로 외연을 확대하는 새로운 수출 'K-브랜드'가 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지급결제시스템 수출, 그 6년의 발자취.
캄보디아 국가지급결제시스템 구축사업은 정부 공적원조(ODA)사업 중 하나로 시작했다. 실제 구축부터 운용까지 모든 과정을 완료한 대표 지급결제 인프라 협력 성공 사례로 부상했다.
2019년 10월, 운용에 들어가기까지 6년여 노력이 있었다. 금융결제원은 정부 금융시장 인프라 해외 수출을 견인하기 위해 2010년 해외협력사업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지금까지 한국 금융은 내수 기반에 머물고 있고, 오히려 해외에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며 반쪽짜리 금융 라이선스를 받아 제한적인 사업만 해왔다.
캄보디아 사업 수주를 위해 중국과 일본 등이 강력한 원조 협력 등을 약속하며 전면전에 나섰지만, 한국 IT금융시스템 운영 노하우와 전문성을 인정받아 한국 지급시스템을 통째로 이식하는 계기가 됐다.
캄보디아 중앙은행(NBC)은 자국민 지급결제 서비스 이용편의 제고와 자국통화 유통 촉진을 목적으로 금융 분야 현대화 방안을 추진했다. 이 시기 한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 사전타당성조사를 캄보디아 정부가 공식 요청했다.
사전타당성 조사기간 동안 금결원을 비롯해 한국 기업은 발빠르게 움직였다. 현지 IT 인프라 현황을 파악하고 한국이 보유한 지급결제시스템 스왑분석을 통해 단계별 로드맵을 도출, 기술 경쟁 우위로 접근했다.
결국 캄보디아 중앙은행은 오랜 검토 끝에 한국 정부에 시스템 컨설팅을 의뢰했고, 2017년 9월 공적원조를 요청하는 사업요청서를 제출했다.
국가 금융망을 운영하는 금결원과 한국 기업이 컨소시엄을 꾸려 개발 프로젝트 수행 계획에 필요한 제도 수립과 시스템 디자인, 서비스 전반을 모두 새로 짰다.
금결원 컨소시엄은 구축사업을 통해 실시간 자금이체시스템은 물론 모바일뱅킹 공동이용시스템, QR코드 결제시스템, 은행간 청산시스템 4가지에 달하는 국가기간망을 개발했다. 오랜 사전 분석과 민관 콜라보를 통해 캄보디아 현지에 최적화된 시스템을 자체 고안한 것이다.
현지통화인 리엘화 뿐 아니라 일상 경제 활동에서 현지 통화보다 많이 사용되는 달러화 이체를 지원하고 이체한도를 5만달러로 높였다. 모바일을 이용한 은행간 자금이체를 현지 최초로 구현하는 등 캄보디아 금융 서비스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마중물 역할을 했다. 특히 비대면 기반 모바일 폰번호를 통한 실시간 이체 서비스도 선보이는 등 디지털 혁신에 부합한 트렌드를 시스템에 녹였다.
그 결과 올해 캄보디아 금융 거래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거래건수는 월평균 49%씩 증가했다. 지난 10월 거래실적은 1월에 비해 건수는 24배, 금액은 23배 증가했다.
◇한국 금융IT, 나비효과
파급효과가 나타났다. 캄보디아 지급결제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안착하자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다수 국가들이 한국 IT금융시스템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확산이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그 요구는 나비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주최로 프놈펜 캄보디아 총리 공관에서 열린 한-캄보디아 비즈니스 포럼에서는 이 프로젝트 성공사례가 공유되고 추진과정은 대통령에게 보고됐다.
또 지난해 12월 한-아세안 핀테크콘퍼런스에서도 금융시장 인프라 협력사업 성공사례로 꼽히며 다른 국가에 전파됐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JB금융지주가 인수한 PPCB 등 캄보디아에 진출해 영업하는 한국계 은행은 이 지급결제시스템을 활용, 현지 고객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국계 은행 최대 강점 중 하나가 전자금융서비스인데, 캄보디아 지급결제 시스템이 해외에 나가 있는 우리 은행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수단이 된 셈이다.
지난 8월, 찌어 찬도 캄보디아 중앙은행 총재는 “캄보디아 국가지급결제시스템 구축에 한국 정부 지원과 노하우 덕택으로 코로나 확산 시국에 비대면 전자방식 지급결제로 체질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